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중국 금융시장에서 부실채권(NPL) 처리를 전담하고 있는 '배드뱅크'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 같은 배드뱅크 역할의 확대는 그만큼 중국 은행권의 부실대출 규모가 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돼 중국 금융시장을 둘러싼 불안감 또한 고조되고 있다.
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배드뱅크의 하나인 화룽(華容)자산관리공사의 개입으로 중국 '그림자 금융(섀도뱅킹)' 사상 첫 번째 디폴트(채무 불이행) 발생을 막아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만기일 하루 전날 공상은행의 부실채권 처리를 맡고 있는 화룽이 이 상품을 싼 값에 인수했고, 투자자들은 원금 전액과 이자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었다.
그간 공상은행은 이 식탁상품의 투자손실에 대한 기술적 책임은 없지만, 당국과 투자자들로부터 인수 압박을 받아왔다. 만약, 이 상품이 부도가 날 경우 그 여파는 공상은행 전체에까지 미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중국에서는 이처럼 배드뱅크에 의해 디폴트 위기에 처한 신탁상품이 극적으로 구제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 약 60건에 달하고, 비공개 건수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중국 배드뱅크의 이같은 움직임이 중국 금융권의 부실채권 비율이 40%에 달해 사실상 파산 상태에 놓였던 1990년대 말과 같은 상황으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1998년 공상은행과 건설은행 등 4대 국유은행의 부실채권 처리를 위해 화룽과 중국자산관리공사(신다), 오리엔트, 그레이트월 등 4개 배드뱅크를 설치했다. 당시 ICBC, 건설은행, 농업은행, 중국은행 등 중국의 4대 국유은행은 모두 1조3000억위안에 달하는 부실채권을 이들 배드뱅크를 통해 처분했다.
FT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신용 붐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서 국유은행들의 부실채권 규모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배드뱅크의 역할이 다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화룽은 지난해 말 상장한 신다(信達)자산운용에 이어 배드뱅크로는 두 번째로 내년 상반기 중에 홍콩 증시에 상장할 계획이다. 최근 중국 금융시장에서 배드뱅크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상장 전부터 화룽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중국 금융권의 부실채권은 매년 급증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5대 국영은행들이 상각 처리한 부실채권 규모는 469억1000만위안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대형 은행들의 부실채권 비율은 1.0%(ICBC, 건설은행, 중국은행)에서 1.2%(농업은행) 수준으로 미국과 유럽의 4대 은행 평균치(각각 1.4%, 3.8%)보다는 낮지만, 최근 신용팽창과 함께 부실채권 증가세가 가파른 데다 중국 대형 은행들의 실적악화와 주가부진 등이 두드러지고 있어 향후 중국 금융시장 내 배드뱅크의 영향력은 더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