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아라리오갤러리를 철수한지 1년반만에 아라리오갤러리 김창일 회장이 오는 29일 중국 상하이(上海)에 새 전시 공간을 연다. 천안, 서울에 이은 3번째 아라리오갤러리다. 아라리오그룹 김창일 회장은 최근 서울 '공간 사옥'을 150억원에 사들여 리모델링한 아라리오 뮤지엄외에 제주도에서만 미술관 4곳을 열 예정이다.
아라리오갤러리가 상하이를 택한 이유는 자유무역지구로 해외투자가 활발하기때문이다. 특히 최근 상하이는 문화예술 중심으로 변모하며 예술품 보세구 출범, 황푸강 서안(西岸, Westbund) 개발 계획 등 정부차원의 주도 하에 민영 미술관의 설립, 아트페어의 증가 등 활발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아라리오갤러리 상하이= 상하이의 상업중심지 쉬후이(徐匯)구 쉬자후이(徐家匯) '헝산팡'이라는 문화예술상업 콤플렉스 안에 자리잡았다. '헝산팡'은 1930∼40년대 건물을 지역 정부 주도로 개조해 예술, 문화를 주제로 새롭게 조성하는 공간이다. ‘상하이의 작은 유럽’ 이라 불리는 쉬지아후이는 근대 서양문물의 영향을 받은 문인, 건축가, 영화인들이 밀집해 거주하는 고급주택지이자 프랑스 조계 지역(Old French Concession)에 속한다.
아라리오갤러리 상하이 개관전은 인도 작가 수보드 굽타의 전시로 첫 서두를 연다.
■ 인도작가 수보드굽타..상하이-서울 동시 개인전
인도인들의 삶과 문화를 주제로 상징적이고 거대한 기념비들을 만들어 세계적인 아트스타의 반열에 오른 수보드 굽타는 ‘가장 일상적인 것이 가장 신성하다’는 자신의 확고한 가치관을 보여준다.
인도의 모든 가정에서 볼 수 있는 흔해빠진 물건들이 작품의 재료다. 스테인레스 스틸 냄비, 수저, 황동제 고물 식기, 힌두 문화를 반영하는 소 배설물이나 우유같은 소와 관련된 성물(聖物)들을 수없이 쌓아 작품을 만든다.
아라리오갤러리 상하이에서는 그동안 수보드 굽타의 작품세계에서 볼 수 없었던 역동적이고 새로운 형태의 설치 작품인 '이것은 분수가 아니다>'를 공개한다. 수천개의 헌 놋그릇과 요리 도구 더미에 솟은 20개의 수도꼭지에서 물이 쏟아지는 분수 작품을 선보인다. 인도 가정에서 흔히 쓰이는 낡은 그릇 위에서 샘솟는 분수는 마실 물조차 계급에 따라 결정된 사회에 살던 작가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또한 금빛으로 빛나는 하트 형태의 화려한 대형 조각 <러브> 와 3 m크기의 대형 회화 등 수보드 굽타의 가장 중요한 신작들을 선보 인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는 30여 점의 음식 페인팅과 더불어, 인도의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과 우유를 배달하는 오토바이를 만든 '두 개의 불렛', 대리석으로 된 기름을 담는 드럼통, 작은 유리상자 안에 해골을 담은 수저, 먹다 남은 음식이 담긴 접시등을 그린 회화 30여점을 전시한다.
27일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전시장에서 만난 수보드 굽타는 "한국은 내 작업의 시작점이었다"며 "인도문화를 상징하는 작업을 하지만 정치적인 예술을 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대리석으로 만든 드럼통을 설명하면서였다. 석유로 분쟁과 전쟁문제를 건드리는게 아니라 인도에서는 대리석이 흔한 물건이기때문에 그 재료를 선택한 것으로 대리석의 경우 (어느나라에는)높은곳에 있는 비싼 소재이면서 인도 중산층에서는 거실바닥을 대리석으로 깔 정도로 흔하다고 했다.
비싸보이는 그의 작품이지만 식민지 시대를 살아온 인도인의 슬픈 삶의 희비가 교차한다.
'먹다남은 그림'에는 굽타의 어머니의 흔적이 들어있다. 어린시절 남편과 아들이 식사 후 먹다남은 음식을 부엌에서 먹던 어머니의 모습에서 출발했다.
음식찌꺼기들을 내려다보는 권위적인 시선으로 그려진 이 그림들은, 다시 금장을 두른 고풍스러운 액자 속에서 묘한 성스러움을 뿜어낸다. 19세기 말부터 백 년 동안 인도를 지배한 영국인들의 식문화를 연상시키는 식탁의 풍경은, 굽타가 인도인으로 자라며 겪어온 경험이 담겨있다.
수보드 굽타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먹다 남은 음식을 신경쓰지 않지만 나는 남은 음식이 마치 일기장처럼 보였고 거기에 숨겨진 얘기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상하이 전시는 10월 26일까지, 서울 전시는 10월 5일까지 각각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