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법안을 해결하지 못할 경우 최경환 경제팀이 내놓은 정책 구상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로 풀이된다. 최 부총리 취임 후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내놓은 정책·세제·예산·금리 등 이른바 ‘거시경제 4종 세트’가 흔들릴 수 있는 위기가 온 것이다.
최 부총리가 26일 발표한 ‘민생안정과 경제활성화 입법촉구 호소문’은 최경환 경제팀이 절실함이 엿보인다. 30여개의 민생·경제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지금까지 제시한 정책패키지가 정상 가동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특히 이날 담화문에서 거론된 서비스산업·관광진흥법 등 9가지 내수시장과 민생관련 대표법안은 이번 8월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내비쳐 향후 추진과정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9가지 핵심 법안은 지난해부터 국회에 발목이 잡혀 시행이 늦어지는 경제법안이 대다수다. 이들 법안이 국회에서 잠을 자면서 올해 예산집행도 차질을 빚고 있다. 추경 효과가 미미한 것 역시 경제법안이 제때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 결과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로 꼽히는 기초생활보장법의 경우 법 통과가 지체될 경우 이미 편성된 2300억원의 예산집행이 불가능하다.
국가재정법은 300만명 소상공인의 안정망을 구축하는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 설치가 주요 골자다. 이 법이 시행되면 자영업 창업부터 폐업단계까지 경쟁력 강화 등에 2조원 규모의 자금을 집중 투입할 수 있다.
과중한 월세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한 조세특례제한법도 개정이 시급하다. 정부는 월세의 10%에 대해 공제가 이뤄져 연간 1개월치 이상 월세를 지원받아 가계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예상이다.
소규모 주택임대수입에 대해 소득세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소득세법 개정안은 주택보유수에 관계없이 임대수입 2000만원 이하 소규모 임대소득에 대해서는 분리과세를 허용하고 3년간 비과세를 적용해 부동산시장에 숨통을 틔워주는 것이 골자다.
최경환 부총리는 “소득세법 개정안의 입법이 지연된다면 2주택자 전세소득 과세 방침 철회 발표 등으로 회복조짐을 보이는 부동산시장에 다시 한 번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국회를 압박했다.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은 입법상 내용은 여야간 합의가 됐지만 다른 법안과 연계 돼 처리가 되지 않는 대표적 사례다.
클라우드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은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신산업 분야에서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많이 창출되고 국제적인 경쟁 차원에서 강조되고 있다.
지난 2012년 7월 발의돼 2년 이상 국회를 벗어나지 못하는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손톱 밑 가시가 됐다. 이 법은 초이노믹스의 시작과 끝이라는 점에서 최경환 경제팀이 사활을 걸고 통과시키려는 법안 중 하나다.
관광진흥법 역시 서비스산업법과 함께 내수시장 회복에 필요한 법안으로 꼽힌다. 정부는 법 통과가 지연되면 2016년까지 수도권에서만 7400실의 숙박시설이 부족해진다는 논리는 내세우고 있다.
최 부총리는 “지금이라도 유해시설이 없는 관광숙박시설에 한해 보다 용이하게 설치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며 “지난 8년간 외국인 관광객은 1217만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지만 이에 비해 국내 숙박시설 객실 수는 1.4배만 늘어났는데 그쳤다“고 말했다.
원격의료 도입을 위한 의료법 개정도 핵심법안에 포함됐다. 의료법 개정으로 원격의료가 가능해지면 스마트폰으로 증상을 설명하고 처방을 받을 수 있어 의료취약지역 주민 19만명의 불편을 줄이고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법안 통과를 국회에 요구한 것”이라며 “특히 9개의 핵심 법안이 올해 안에 통과되지 못하면 새 경제팀이 내놓은 거시경제 4종 세트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 부총리는 이달 초 국회 상임위원회 설득을 위해 차관급 전담반(TF)를 구성하도록 지시했다. 주형환 기재부 1차관을 팀장으로 하는 전담반은 지난 13일 열린 1차 회의에서 중점 법안을 대상으로 홍보를 강화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