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가 '남의 눈의 티끌만 보고 제 눈의 들보를 보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잇따른 금융권 사건·사고에 대한 징계에 앞서 금융당국이 공언해온 것과는 달리 경징계 수준에 그치면서 '제식구 감싸기'식의 보신주의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가 금융의 본질을 고려하지 않은 채 보신주의를 내세우며 금융사 옥죄기에 나섰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정작 금융당국의 보신주의 관행을 타파하는 데에는 미온적이면서 금융사에만 화살을 돌리고 있다는 불만이다.
지난 22일 부산국제금융센터 준공식에서도 화두는 보신주의 타파였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금융회사가 보신주의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기술금융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물론 금융권에 보신주의의 병폐가 있겠지만 금융사의 처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대출을 안해준다고 보신주의로만 몰고 가니 난감한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은행을 비롯한 간접금융기관의 본질을 전혀 감안하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은행은 본질적으로 위험을 추구하는 기관이 아니고, 오히려 깐깐하게 기업의 투자행태를 점검해야 하는 곳"이라며 "보신주의는 오히려 은행 업무의 본질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권의 무리한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이 얼마나 위험한 지 이미 잘 알려져 있지 않느냐"며 "보신주의를 질타하며 막무가내로 대출 확대를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따라 금융당국의 보신주의부터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관료 출신 금융사 CEO들에 대한 금융당국의 징계 수위를 놓고 '솜방망이 처벌'이나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평소 주장해온 금리 운용기조에서 벗어나 정부 새 경제팀의 의중대로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을 두고도 '소신'을 버리고 보신주의를 택했다는 회의적인 평가가 많았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표면적으로 대출 실적이 적다고 해서 보신주의로 몰아가서는 안된다"며 "정부가 금융사의 창의적인 영업을 제약하고 지나치게 규제 일변도로 몰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새로 마련하는 금융정책 중 상당수는 금융당국의 권한을 강화시키는 데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주요 사건·사고에 대해 정작 금융당국은 업계에 책임을 떠넘기는데 익숙하다"며 "예컨대 자살보험급 지급 문제와 관련해서도 금융사에 제재만 내릴 뿐 소비자를 위한 명확한 해결책 제시는 하지 않은 채 금융사에 떠넘기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관치금융, 낙하산 인사 등을 척결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앞으로 몇 년간 지켜질지 의심스러운 게 사실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