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징계시스템 개선해야” 목소리 고조…노동계·시민단체 거센 반발

2014-08-24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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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노동계·시민단체 한 목소리 "금융당국에서 독립된 심의기구 신설해야"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아주경제 김부원·문지훈 기자 = 금융감독원의 당초 예고와 달리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게 경징계 처분이 내려지자 차제에 징계시스템 전반을 뜯어 고쳐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KB금융에 대한 이번 징계 결정도 정치적인 이해관계와 외압이 결정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등 제재심의 과정에서 독립성이 훼손됐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번 결정에 대해 노동계와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 금융당국에 대한 비난 여론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징계시스템의 헛점이 드러나면서 현행 제재심의위원회를 폐지하고 금융당국에서 독립된 제재기구를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센터 금융정책패널은 최근 '금융사 및 임직원에 대한 제재 제도 개편 제안서'를 통해 "제재의 주체가 모호한 데다 '원님 재판'식으로 진행되는 등 여러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제재 절차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 공정성과 투명성, 독립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현재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를 추진하는 검사의 역할과 제재의 판단을 내리는 판사의 역할을 동일기관이 겸임하고 있다"며 "제재심은 일부 제재 사안을 심의하는 금감원장의 자문기구 정도의 성격을 보유해 법적 지위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가칭 금융제재위원회를 독립된 법률상 제재기구로 신설하고 위원회의 심리 절차가 개시된 이후에는 정부, 국회, 감사원, 감독기구 등 제3자가 어떠한 형태로도 개입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계와 시민단체도 KB금융 징계 결정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성명서를 통해 "KB금융 경영진의 잘못이 명백히 드러난 사안이었다"며 "이례적으로 감사원이 나서 금감원의 검사 결과에 문제를 제기하자 머뭇거리기 시작했고 결국 굴복했다"고 비난했다.

김문호 금융노조위원장도 "별도의 제재기구를 신설하면 현행 제재심보다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별도 기구를 신설해야 한다는 학계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다만, 별도 제재기구의 위원 구성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독립성과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는 위원들로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칫 현행 사외이사 제도처럼 거수기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 역시 "금융당국에서 독립된 제3의 기관에서 제재심의를 하도록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며 "위원들의 회의록을 공개해 투명성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징계수위 기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봐주기식 징계를 막아야 한다"며 "또 금융소비자의 의견까지 반영할 수 있도록 제재심의 위원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KB금융에서 일어난 사건·사고와 내분 등에 대해 엄중한 처벌이 내려졌어야 하는데 또 제 식구 감싸기로 끝나 안 좋은 선례만 남기게 됐다"고 우려했다. 

한편 금융산업노동조합 국민은행지부는 임 회장과 이 행장을 비롯해 최수현 금감원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성낙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금감원 제재심은 로비설와 외압설로 의혹만 증폭시켰고 감독기관에게 주어진 조사권과 징계권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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