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열등기업의 경쟁력을 간과하다 몰락한 노키아의 사례가 삼성과 샤오미 간의 경쟁에 시사점을 던져준다.
1등 기업은 자신의 눈높이로 열등기업을 평가해 위협적인 기술을 알아보지 못할 수 있다. 애플 아이폰의 최초 출시 당시 위협요인 예측에 실패했던 노키아가 그랬다.
2012년 노키아는 14년 연속으로 지켜왔던 세계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 1위를 삼성전자에 내준다. 2007년 40.4%로 최고치를 찍었던 점유율은 지난해 MS에 인수되기 전 상반기 기준 4.3%까지 추락했었다.
노키아는 1990년대 핀란드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기업으로, 핀란드인에게 널리 사랑받는 기업이었다. 2000년 노키아의 수출액은 핀란드 전체 수출의 25%를 차지했지만 2011년 7.8%로 하락했다. 노키아가 몰락한 이후 핀란드 경제도 휘청이고 있다.
노키아의 몰락은 크게 보면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하지 못한 결과였는데, 작게 보면 처음 애플 아이폰의 경쟁력을 낮춰 본 것이 발단이었다.
노키아는 아이폰이 최초로 공개되기 7년 전인 2000년 이미 스마트폰을 개발했다. 당시 이미 1개의 버튼과 터치스크린을 기반으로 하는 휴대전화를 개발했다.
노키아는 또한 지속적 혁신과 제품 개발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애플의 4배에 이르는 예산을 R&D에 투자해왔다.
하지만 노키아는 아이폰이 최초 출시될 때 향후 얼마나 큰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것인지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 당시 노키아의 엔지니어들은 아이폰 분석 보고서 작성을 통해 아이폰이 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지를 조목조목 분석했다. 아이폰 생산 원가가 지나치게 높고 2세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 터치스크린이 충격에 약하다는 점 등을 들어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 같은 예상을 뒤엎고 아이폰은 출시되자마자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됐으며 이후 노키아가 휴대전화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고전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노키아의 사례는 삼성전자가 한국경제에 기여하는 부분까지 닮아 그 전철을 밟을 가능성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준다.
20일 삼성 사장단은 이와 비슷한 교훈을 공부했다.
삼성 사장단회의에서 강연한 김한얼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아날로크 필름 제조사엿던 코닥이 디지털카메라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열등한 비즈니스로 치부해 디지털카메라를 앞세운 소니에 시장을 내줬던 사례를 소개했다.
김 교수는 “선도 기업들은 열등 기업 또는 그 기술을 자신의 성공 체험의 시각으로만 보고 위협을 감지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이준 커뮤니케이션팀장도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기술, 회사, 비즈니스가 어떻게 위협적인 존재로 다가올 수 있는지 새로운 시각으로 대응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시장조시기관 카날리스에 따르면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가 14%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해 12%의 삼성전자를 제쳤다. 샤오미는 지난 7월 말 인도 시장에도 진출해 플래그십 미3가 온라인 출시 후 수초만에 재고가 바닥나는 등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