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36년동안 참고 참았던 일인데 공간을 통해서 이루게 됐다. 흥분과 두려움에 싸여있다."
지난해 공간 사옥을 150억원에 인수해 화제가 된 아라리오그룹 김창일 회장(63)이 '공간 사옥'을 미술관으로 완벽 변신시켰다.
21일 아라리오 뮤지엄에서 기자들과 만난 김창일 회장은 "버림받은 공간이 미술관으로 변신했을때 아트가 어떻게 힘을 발휘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며 "이 건물을 판 공간측에, 날 선택을 잘한거다.후회안할거다고 큰소리쳤다"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당시(작년 11월) 건물을 사겠다고 마음먹은지 1시간 30분만에 인수했다"는 김회장은 "150억원에 아무도 안 샀는지는 지금도 의문"이라며 "이 건물과는 운명적 만남"이라고 했다.
공간 사옥 인수 9개월만에 모습을 드러낸 김회장의 모습은 파격 그 자체였다. 들뜬 목소리로 홀가분해진 자유스러움을 발산했다. CEO의 격식도 깼다. '참을수 없는 가벼운' 패션으로 나타나 흥분감을 감추지 못했다.
낙서같은 그림이 그려진 티셔츠, 덧댄 물빠진 청바지와 해골 시계를 찬 김 회장은 ""나는 아직 젊다. 그동안 차가운 시선도 많았다. 나이 많은 사람은 이해 못한다. 나는 도닦는 사람이다. 도인이 아니라 미래를 닦는 것"이라며 "아직도 만족 못한다. 계속 그림을 사들이지만 여전히 배고프다"고 말했다. (티셔츠는 자신이 그린 그림으로 만들었다. 아트샵에서 판매한다.)
공간 사옥은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로 간판을 새로 달았다. 오는 9월 1일 개관한다. 세계유명 현대미술작가 43명의 96점이 내걸렸다. 모두 김창일 회장이 사들인 소장품이다.
이날 김 회장은 "여기에 있는 모두 작품은 내 작품이고, 제가 다 꾸몄다"며 "제가. 제가 다 했다"는 걸 여러번 강조했다. 김 회장은 컬렉션은 3700여점 총 1500억어치를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창일 회장은 7년째 '세계 200대 컬렉터'다.
공간 사옥 특성을 그대로 살린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는 총 5층규모다. 총 38개의 방마다 세계에서 가장 핫한 현대미술품들로 가득찼다. 전시 타이틀은 '리얼리?'(Really?)다. 김회장이 직접 지었다는 전시 타이틀은 "갤러리스트와 화가를 겸하는 그를 향해 그림을 샀을때도, '정말?', 그림을 그렸을때도 '정말? 네가 했어?' 라는 차가운 시선에 대한 반항이자 저항의 전시 제목이다.
권오상의 람보르기니 작품을 시작으로 백남준, 바바라 크로가, 신디셔먼, 키스해링, 수보드 굽타, 마크 퀸, 피에르 위그 트레이시 에민 등 세계적인 컬렉터 사치와 경쟁하며 사들인 유명 미술품들이 벽돌공간에 어우러져 '버려진 공간'을 살린 '아트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관람료 1만2000원. (02)736-5700
▶김창일 회장=1978년부터 천안에서 버스터미널을 시작으로 백화점 등을 운영해 온 사업가 출신이다. 미술세계로 들어온건 1981년 LA현대미술관 전시를 감명깊게 관람한 이후다. 이후 국내외 현대미술품을 수집했다. 1998년 이후 영국의 YBAs와 독일 라이프치히 화파에 주목하면서 서구 현대미술로 수집의 범주를 확장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는 중국 인도등 동남아시아 신진작가들의 작품에 집중, 동서양을 아루는 약 3700여점의 현대미술 컬렉션을 갖추고 있다. 아트재테크에 강하다. 버려진 공간을 사들여 문화공간으로 변신시키는 귀재다. 김 회장은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 외에도 제주도에서만 미술관 4곳을 열 예정이다. '버려진 건물'이었던 탑동 시네마 등 기존 건물을 활용해 미술관으로 재탄생시켰다. 제주도의 미술관 3곳은 오는 10월에, 나머지 1곳은 내년에 문을 연다. 아라리오 뮤지엄외에 서울과 천안에 아라리오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또 8월 28일 상하이에 아라리오갤러리도 문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