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2 53.2% “세월호 같은 위험 상황 처하면 내 판단 따라 행동할 것”

2014-08-21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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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한선 기자= 절반이 넘는 학생들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설문 조사에서 위험 상황에 처할 경우 자신의 판단에 따라 행동하겠다고 했다.

이는 세월호 침몰 시 구조과정과 대응과정을 지켜본 학생들에게 생긴 불신감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21일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와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공동으로 세월호 참사에 대한 고2학생 의식조사 결과에서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만약 학생이 세월호와 같은 급작스러운 사고 등으로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될 때 어떻게 할 것 같은가’라는 물음에는 53.2%의 학생들이 ‘내 판단에 따라 행동할 것 같다’고 답했다.

‘친구들과 의논해서 함께 결정할 것 같다’는 22.4%, ‘인솔자인 교사의 말을 따르게 될 것 같다’는 15.9%, ‘현장 책임자의 지시에 따를 것 같다’는 8.5%였다.

고2 학생들은 세월호 참사 전후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에 대한 자긍심’이 61%에서 24.9%로 크게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내가 위기에 처할 때 국가가 나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은 46.8%에서 7.7%, ‘사회지도층들이 리더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믿음’은 26.2%에서 6.8%로, ‘부정부패가 철저히 감시되고 사라지고 있다는 믿음’은 17.8%에서 6%로 하락했다.

‘내가 위기에 처할 때 주위사람들이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도 66.4%에서 36.1%로 떨어졌다.

시민의 안전이나 생명보다 기업의 이익이 우선되고 있다는 생각은 63.4%에서 59.3%로 떨어졌고 우리사회의 시스템이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은 74.8%에서 76.6%로 높아졌다.

우리교육이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은 76.3%에서 77%로 바뀌어 세월호 참사 이전부터 우리사회와 우리교육에 대한 비판 의식이 매우 컸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정보획득 수단 가운데 다음 중 어느 것에 가장 신뢰가 갔나’라는 질문에는 신문 2.2%, 방송 12.8%, 인터넷 10.4%, 트위터·페이스북 등 SNS 20.0%, 기타 3.1%로 ‘어떤 것도 신뢰가 가지 않았다’는 대답이 51.4%였다.

교육내용(교과서)에 세월호 참사를 담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 56.0%, 반대 44.0%였다.

각 기관에 대한 세월호 참사 이전과 현재의 신뢰도를 물었더니, 언론은 43.1%에서 12.4%로, 대통령과 정부는 23.7%에서 6.8%, 국회는 18.9%에서 5.4%, 학교는 69.9%에서 49.8%, 기업은 36%에서 22.4%, 법원은 40.6%에서 20.2%, 경찰은 44.8%에서 17.8%, 종교계는 30.4%에서 18.3%로 전체적으로 모든 기관에 대한 학생들의 신뢰도가 급격하게 하락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언론과 국회 및 정부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느낌에 대해 응답자의 90.7%가 ‘슬픔을 느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88.1%는 ‘분노를 느꼈다’고 했고 66.7%는 ‘절망을 느꼈다’, ‘우울함을 느꼈다’고 답했다.

‘다른 사건과 비교해 세월호 사건이 학생에게 준 충격은 어느 정도였나’는 질문에는 ‘크다’가 87.4%였다.

‘안 크다’는 12.6%였다.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이 많은 학생일수록, 여학생이 남학생에 비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슬픔·분노·절망·우울한 감정을 더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수학여행 등 체험학습활동의 안전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에는 ‘불안함’이 52.4%, ‘안 불안함’이 47.6%였다.

여학생의 67.3%가 ‘불안하다’고 해 남학생 41.4%에 더 크게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3개월 동안 ‘안전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다’는 학생은 30.2%였고 받지 못한 학생은 69.8%였다.

안전교육을 받아본 학생 중 ‘안전교육이 얼마나 도움이 되었나’라는 질문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대답한 학생이 55.6%로 ‘도움이 됐다’고 답한 44.4% 보다 많았다.

학생들은 체험학습활동의 안전문제가 불안하면서도 가고 싶다는 의견을 보였다.

응답자의 86%의 학생이 수학여행 등 체험학습활동에 ‘가고 싶다’고 했고 ‘가고 싶지 않다’는 14.0%였다.

세월호 재발방지를 위한 실질적이 대책이 마련되었다는 확신이 서지 않으면, 안전교육만으로 불신감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지역, 성별, 학교, 경제수준, 성적수준에 상관없이 세월호 국정조사에 대한 불신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철저하고 성역 없는 진상규명이 잘될 것 같지 않다는 응답이 91.2%로 다수를 차지했고 책임자 처벌이 잘 될 것 같지 않다는 응답도 86.2%, 피해자와 유가족 보상이 잘 될 것 같지 않다도 80.1%였다.

제발방지를 위한 제도 확립이 잘 될 것 같지 않다도 86.5%에 달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고2학생들은 국가와 사회에 대한 신뢰도는 하락했지만 주변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은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친구의 소중함에 대해서는 90.7%에서 95.3%로, 부모님의 소중함은 95.4%에서 96.6%로 높아졌고 교사에 대한 믿음은 77.7%에서 77.4%로 변화가 거의 없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학생의 본분이라는 생각’은 58.8%에서 51.7%로 떨어졌고 ‘위기일수록 나부터 살기 보다는 타인과 협력해야 한다는 생각’은 76.4%에서 77.1%로 다소 증가했다.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나부터 작은 실천이라도 해야한다는 생각’은 68.6%에서 74.5%로 증가했다.

설문조사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0일쯤인 지난달 15~25일 수도권 고2 학생 1051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95% 신뢰도 수준에 오차범위 ±3.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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