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 고은(81) 선생은 한국을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진실이 무엇인가를 그의 얼굴이 보여주고 갔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전후해 대중문화계에서 가장 바빴던 배우 안성기씨는 "비록 교황님은 가시지만 그분이 우리나라에 남기고 간 위로와 좋은 말씀들이 오래오래 남았으면 좋겠다"면서 "교황님이 가시니 정말 섭섭하다"고 아쉬워했다.
방한 마지막날인 명동 성당미사에 참석, 교황에게 묵주를 받은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87) 할머니는 " 제가 죽을 때까지 갖고 있을 물건"이라며 "평화를 상징하는 묵주입니다. 교황님이 평화를 주시고, 문제를 해결해주시겠다고 약속하신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아침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그는 4박5일을 잠시도 쉬지 않았다. 노구를 이끌고 그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그를 내어줬다. 먼저 다가가 손을 잡고, 머리를 쓰다듬는등 격식없는 스킨십은 감동으로 전해졌다.
권위를 버린 소탈한 행보는 공감과 소통의 리더십은 깊은 울림을 주고있다. 정쟁에만 몰두해 대립과 반목을 일삼는 정치권과 권위만 내세우는 사회 지도층과 경제활성화를 이유로 최근 세월호 참사와 일정 부분 거리를 두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와는 뚜렷하게 대비돼 더욱 주목됐다. '더 낮은 곳에서 소통해야 한다'는 교황의 가르침은 우리 사회에 '깨달음'이라는 화두를 던져줬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쏟아내는 메시지와 그의 행보는 세상살이에 지치고 힘들고 상처받은 사람들의 가려운 등을 시원하게 긁어줬다. 교황은 이웃은 밟고 올라서야 하는 경쟁 상대가 아니라 서로 도우며 함께 손잡고 가야 할 연대의 대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물신주의와 비인간적인 경제 독재, 부유층과 대기업의 논리였던 '낙수효과'에 대한 준엄한 질타는 "윗접시에 물이 차면 아래로 흘러내린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고 따랐던 사람들에게 참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도 모든 사람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그의 인간미는 많은 사람을 매료시켰다. 특히 어린이와 장애인, 가난한 사람처럼 세상에서 무시받고 소외되기 쉬운 약한 이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은 분명히 한국 지도자들에게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면모였다. 더구나 올들어 방한 사실이 발표되면서 교황에 대한 관심은 시간이 가면서 눈덩이처럼 커졌다. 그가 한국을 찾자 열풍이라 할 정도로 인기가 치솟은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방한 요청은 천주교계가 했지만 종교의 벽을 넘어 많은 이들이 그의 한국행을 바랐던 것은 마음속에서나마 '메시아'를 접하기를 간절히 원했기 때문이 아닐까.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에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인 것은 종교지도자의 방문이 사회적 현상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청빈하고 소박한 성품을 가진 교황이 제기하는 빈곤, 사회불평 같은 사회 문제와 평화 메시지에 공감대가 만들어졌기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권위를 내세우기 보다는 조금 더 대중들에게 다가가려는 진정성 있는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진정성을 느끼고 감동을 받았다"며 "특히 우리 사회의 아픔을 대변하는 당사자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위로해주는 모습을 볼때 마다 사람들은 분노와 아픔 등을 정화하고 치유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