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금리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자산운용수익률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보험사들이 공시이율을 잇따라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 공시이율이 하락하면 보험료는 오르고 소비자들이 받는 연금이나 보험금은 쪼그라든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4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하함에 따라 보험사도 공시이율을 속속 내릴 전망이다.
보험사는 보험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를 모아 자산을 운용한 다음 그 수익으로 보험금을 지급한다.
그런데 저금리 추세가 이어지면서 자산운용수익률이 계약자 몫으로 줘야 할 보험료적립금 평균이율보다도 낮은 역마진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보험사의 자산운용수익률은 4.5%였지만, 보험료적립금 평균이율은 5.2%로 0.7% 포인트의 역마진이 발생했다.
보험사의 자산 규모(467조원)가 보험료적립금 규모(406조원)보다 크기 때문에 아직은 흑자를 내고 있지만, 보험사의 자산운용수익률이 계속 하락한다면 적자가 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국내 보험사들이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연 6% 이상의 고금리를 보장하는 확정금리 상품을 대규모로 팔았다가 그 부메랑을 맞은 결과다. 당시에는 자산운용수익률이 연 10%를 넘어 별 문제가 없었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급격한 저금리 추세가 이어지면서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일부에서는 국내 보험사들이 일본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ING생명 등 대규모 인력 감축에 들어간 보험사가 잇따르고 있다. 보험사의 공시이율도 가파른 하향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2012년만 해도 5%가 넘었던 보험사 공시이율은 현재 3% 중후반대까지 떨어졌으며, 올해 들어서도 하락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삼성생명은 저축성보험 공시이율을 지난 6월 3.95%에서 7월 3.92%로 내렸다가, 이달 초 다시 3.90%로 인하했다. 한화생명도 보장성보험 공시이율을 같은 기간 3.92%에서 3.87%로 내렸다.
공시이율이 하락하면 보험 가입자에게 주는 보험금이나 중도해지 때 받는 환급금이 줄어든다. 연금상품 가입자의 연금 수령액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시장금리의 하락으로 인한 초저금리 시대의 도래로 노후 대비의 가장 기본적인 수단인 연금 상품의 역할에도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업계는 시장금리가 추가 하락한다면 연금 가입자가 받는 타격도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