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다. 가슴이 아프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 유족'들의 아픔과 눈물을 닦아주며 의리를 보여주고 있다. 14일 환영단의 일원으로 나온 세월호 유족 4명을 소개받자 왼손을 가슴에 얹고 슬픈 표정을 지으며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위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15일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대전월드컵경기장에 온 교황은 앞서 미사 전 지붕이 없는 무개차(오픈카)를 타고 경기장을 돌며 관중과 인사를 나눌 때에도 세월호 유가족 30여 명이 모인 곳에 잠시 차를 세우고 내려서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졌다.
'가난한 자의 벗', '약자의 편'에 서온 교황이 세월호 사고로 인한 고통에 공감하고 희생자들의 아픔을 달래주고자 한다는 점을 방증하는 셈이다.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면담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존 학생 2명과 유가족 8명 등 10명이 한 명씩 차례로 얘기할 때마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십자가를 지고 전국을 도보 순례한 고 김웅기 군의 아버지 김학일 씨가 "300명의 억울하게 죽은 영혼이 십자가와 함께 있다"며 "억울하게 죽은 영혼과 같이 미사를 집전해달라"고 말하자 교황은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 십자가는 로마로 간다. 단원고에서 팽목항, 대전까지 38일간을 지고 온 십자가를 교황이 로마로 가져가겠다고 했다.
교황은 이날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하는 내내 왼쪽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았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리본으로, 미사 전 제의실에서 만난 세월호 유가족이 준 것이다. 세월호 대책위 김형기 수석부위원장은 "간접적으로 우리의 뜻을 피력하긴 하지만 매우 만족스럽다"면서 "미사 때 교황님이 리본을 달고 나와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천주교 교황방한위원회 허영엽 대변인은 이날 오전 소공동 롯데호텔 프레스센터에서 연 브리핑에서 "세월호 가족을 따로 만나는 것은 아주 이례적"이라며 "그런 행동 자체가 큰 사인(sign)"이라고 말했다.
교황의 각별한 배려로 세월호 유족은 오는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천주교 순교자 124위 시복식에 세월호 유족 600여명이 참석한다.
허 대변인은 "오래전에 구획이나 자리가 다 정해졌기 때문에 자리를 움직인다는 게 쉽지 않지만 최대한 유족의 의사를 존중해 원하는 방향으로 자리를 배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