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는 지난 5월15일 법무대리인 한결을 통해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 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하며 “SM이 연예인으로서 비전을 제시하기보다 통제의 대상으로 취급했다”면서 “고강도 업무나 왕성한 활동에 비해 항상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2009년 한경도 크리스와 같은 법무대리인을 통해 SM을 상대로 전속계약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 승소한 뒤 중국에서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크리스는 법률소송을 진행 중이며 지난 7월8일 서울 중앙지법 별관 1관 222호 조정실에서 SM과 조정기일을 가진 바 있다. 당시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결론을 내지 못해 다시 한 번 조정을 거쳐야 한다,
법적 공방을 마무리하지 않은 채 크리스가 버젓이 고국에서 재개하는 모습은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 입장에서 불편할 수밖에 없다. 비슷한 사례가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속계약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지정한 ‘표준계약서’를 토대로 이뤄진다. 표준계약서는 배우와 가수로 나뉘며 강제성을 띄는 항목은 없지만 이를 기준으로 연예인과 기획사가 서로 합의해 계약한다.
만약 약관심사청구를 할 수 있는 대상자(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등록된 소비자단체·한국소비자원·사업자단체)가 공정위에게 부당한 계약을 했다고 제기하면, 약관심사과는 표준계약서 기준에서 얼마나 동떨어졌는지 판단한 후 수정할 것을 청구한다.
그러나 공정위를 통해서 직접적 구제를 받기가 사실상 어렵고, 표준법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개인이 피해액을 받거나 계약을 파기하고 싶다면 재판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크리스가 소송을 제기한 이유다.
외국인이 한국 기획사와 일하는 모습을 이제 심심찮게 볼 수 있지만 현재 해당 표준계약서에 내·외국인을 구별 짓는 별도의 사항은 없다. 영어나 기타 언어로 쓰인 문서도 없는 상태다.
한국연예제작협회 관계자는 “외국인을 위한 표준계약서 항목을 현재 고려하지는 않고 있다. 강제성을 띈다면 법에 위반될 뿐 아니라 기본권에 역행하기에 현실상 어렵다”며 “산업적 측면에서 외국인도 국내에서 불편하지 않게 활동할 수 있고 기획사도 마음 놓고 계약할 수 있는 제도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한류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비상하려는 지금 제2, 제3의 크리스가 나와서는 안 된다. 외국인 연예인이 늘어날 것이 예상된다면 그 개인과 국내 기획사 양측을 위한 적절한 계약 기준과 법 개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