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예리 “홍매는 여섯 선원에게 ‘해무’같은 존재”

2014-08-1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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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한예리가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처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13일 개봉한 영화 ‘해무’(감독 심성보·제작 해무)는 인강망 어선 전진호의 선장 철주(김윤석)와 선원 완호(문성근) 호영(김상호) 경구(유승목) 창욱(이희준) 동식(박유천)이 물고기 대신 ‘인간’을 실어 나르려다 벌어진 일들을 담은 영화다. 짙은 해무(海霧) 속에서 인간의 본질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조선족 여인 홍매(한예리)는 전진호에 몸을 실으며 한국으로 밀항한 오빠를 만나길 꿈꾸는 인물이다.

지난 11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한예리를 만났다. 밝게 웃으며 맞이한 한예리는 작품 얘기를 시작하자 눈빛이 달라졌다. ‘코리아’ ‘스파이’ ‘동창생’ ‘환상속의 그대’ ‘군도: 민란의 시대’ 등 기존 작품들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은 한예리는 ‘해무’의 시나리오를 읽고 깊은 울림을 느꼈다고 했다.

“좋은 작품을 만나 정말 기뻤어요. 특히나 이런 여름에는 가볍고 웃을 수 있는 영화들이 많은데 관객 입장에서 다양한 한국영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죠. 이렇게 인간 본성에 대해 접근하는 영화가 오랜만에 나온 것도 반가웠고요(웃음). VIP시사회에 어머니를 초대했는데 홍매의 입장에서 보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좋아하셨죠. 홍매의 마음을 알 것 같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나중에 한번 더 보시라고 했어요. 홍매 말고 다른 인물의 입장에서 보면 달리 보인다고요. 미술적으로도, 여러 소품들에 의미가 많아서 두 번, 세 번 봐도 새로운 영화죠.”
 

배우 한예리가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처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남궁진웅 timeid@]

 

실제로 심성보 감독은 영화 곳곳에 여러 의미심장한 장면을 배치했다. 디테일의 대명사 ‘봉테일’ 봉준호 감독이 제작한 영화라는 게 느껴질 정도다.

한예리는 좋은 작품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감독님과 사전에 얘기를 많이 했다”는 한예리는 “홍매의 관점에서 바라보려고 노력했다. 적극적으로 홍매를 표현하고 싶었고, 말투에도 신경을 썼다”고 회상했다.

앞서 ‘코리아’에서 북한 탁구 대표팀 유순복 역을 맡아 북한 사투리에 탁월한 재능을 보인 바 있는 한예리는 홍매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좀 더 여성스럽고 차분한 말투로 연기했다. 심지어 작품 안에서도 톤을 달리 했다. 같은 조선족 여인(조경숙)과 대화할 때랑, 또래인 동식과 얘기할 때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그만큼 몰입했고, 홍매에 동화됐다. 사실 홍매는 악역에 가깝다. 고의든 타의든 사건의 중심에 홍매가 서 있다. 한예리는 “홍매가 여섯 선원들에게 해무와 같은 역할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망망대해에서 맞이하는 바다 안개는 짙다기보다 깊이 빠져드는 느낌이다. 홍매는 그렇게 전진호의 선원들의 몸과 마음을 뒤 흔들어 놓는다. 한예리는 ‘해무’를 통해 얻은 바가 많다고 했다.
 

배우 한예리가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처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남궁진웅 timeid@]

 

“너무 힘들었죠. 정말 추웠어요. 오히려 배멀미는 적응이 되겠는데 추위와의 싸움은 참기 힘들더라고요. 쎈 바람에 물에 들어가고 비도 맞아 정신이 없었죠. 밀항을 하는 장면이 제일 힘들었어요. ‘아 군대도 다녀올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니까요?”

“그래도 선배님들과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이 많아서 좋았어요. 한정된 공간에서 같이 고생하다보니 끈끈해졌죠. 문성근, 김윤석, 김상호, 유승목 선배님 모두 연극을 오랫동안 하신 분들이고, 제가 좋아했던 작품들에 출연하셨던 선배님들이라 정말 기뻤죠. 그 분들 가까이에서 연기를 볼 수 있다는 점 자체가 매우 기뻤죠. 연기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신 분들이라 밥을 먹을 때도 영화 얘기가 주를 이뤘어요. 영화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자 하는 마음이 느껴지더라고요. 밥은 김윤석 선배님이 제일 많이 사주셨어요(웃음).”

박유천과의 호흡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아이돌 출신 가수라는 느낌보다 배우 박유천으로 지켜봤다는 한예리는 “정말 털털했다. 동식에 대한 열정이 느껴졌다. 촬영을 하는 동안에도 순간 몰입도에 놀란 적이 많다. 제가 고민을 하고 있다면 박유천은 캐치가 빨랐다. 순발력이 좋은 배우”라고 극찬했다.

“박유천 씨가 동식의 감정을 잘 연기해줘서 저도 홍매로 대하기가 좋았다고 생각해요. 저도 박유천 씨가 빛나길 바랐고 유천 씨도 그렇게 대해준 것 같아요.”
 

배우 한예리가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처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남궁진웅 timeid@]

 

박유천과 야하지 않은(?) 베드신에 대해서는 “사전에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했다”면서 “실제로 죽음을 마주한 상황에서는 극도의 스트레스가 생기면서 ‘살아 있음’을 증명 받고 싶어 한다고 하더라. 동식과 홍매의 베드신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 원치 않는 극도의 스트레스 속에서의 자연스러운 베드신이었다”고 회상했다.

“박유천 씨가 팬들이 많잖아요. 만약에 팬들이 보시더라도 더 몰입해서 봐주시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어요. 베드신이지만 수위도 낮고요(웃음). 사랑이 밑바탕이 된 애절함과 긴박함이 들어있는 베드신이니 팬들이 저를 더 기억해주시지 않을까요?”

‘해무’는 한예리의 연기 인생에 분수령이 될 작품임에 틀림없다. 봉준호 감독 역시 한예리에게 “여배우로서 꽃을 피우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한예리 역시 ‘해무’가 그런 작품임에 의심하지 않는다.

그래서 ‘홍매’는 한예리에게 더욱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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