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해무’ 김윤석 “12·15세 영화만 나오면 한국영화 우물 말라버릴 것”

2014-08-05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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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윤석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처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배우 김윤석(46)의 카리스마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김윤석은 오는 13일 개봉을 앞둔 ‘해무’(감독 심성보·제작 해무)에서 여수 앞바다를 누비는 안강망 어선 ‘전진호’의 선장 강철주 역을 맡았다.

강철주는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 강단이 있는 인물이다.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기는데 그 속도가 빠르다. 그런 강철주도 1998년 IMF(International Monetary Fund) 구제금융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감척에 전진호를 포함시키겠다는 말에 철주는 물고기 대신 사람을 실어 나르는 밀항 주선을 시도한다.
지난달 30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김윤석은 철주라는 캐릭터에 대해 “무너져 가는 가장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철주에게 있어 전진호는 자신의 집이요, 선원들은 가족이다. 아내마저 자신에게 애정이 식은 상황에서 배는 철주에게 마지막 보루다.
 

배우 김윤석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처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남궁진웅 timeid@]


김윤석은 연기를 위해 바닷가에서 살다시피 했다. ‘육지멀미’도 처음 겪어봤다. “아침에 배를 타고 촬영을 나갔다가 밤에 육지에 왔을 때 땅이 움직인다는 말을 처음 느껴봤다”고 회상했다. 김윤석은 박유천, 한예리, 이희준, 문성근, 김상호, 유승목은 흔들리는 배에서 태연히 밥을 먹고, 낮잠을 잘 수 있을 정도로 적응했다. 그만큼 뱃사람 철주에 몰입했다.

“선장 철주에게 배는 자신의 나라였을 거라 생각했죠. 후반 극단으로 치닫는 철주의 감정선을 잡는건 그렇게 어렵지 않았어요, 시나리오를 보고 했으니까요(웃음). 예기치 못한 사건이 닥치는 상황에서 판단은 선장이 내릴 수밖에 없잖아요, 총대를 매야 했죠. 도덕과 윤리를 떠나서 철주가 가장 이성적으로 옳은 판단을 내린 사람이 아닐까요? 저는 되레 차분한 동식(박유천)이 가장 미친놈으로 보였어요.”
 

배우 김윤석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처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남궁진웅 timeid@]


‘해무’의 주제 중 하나는 ‘죄(罪)’이다. 어업을 평생의 직장으로 생각한 선장이 밀항 일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 시대가 죄인인지, 인간이 죄인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있다.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배우들은 그런 판단을 도울 뿐이다. 자신이 맡은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게 돕는 일이다. 김윤석은 “최고의 앙상블”이라는 말로 동료 배우들을 극찬했다. “‘해무’처럼 모두가 주인공인 작품은 없는 것 같다”며 “6명의 선원에 한예리, 그리고 밀항자들 전부가 극에 몰입할 수 있게 해 줬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완성도 높은 ‘해무’의 관전 포인트를 물었다. “다른 사람 얘기라고 생각하지 않고 봤으면 좋겠다”는 김윤석은 “전진호에 승선했다고 생각하고, 어떻게 판단할지 고민하면서 봤으면 좋겠다. 문학과 영상을 동시에 선택할 수 있는 영화”라고 답했다.

영화에 대한 애정을 한껏 드러낸 김윤석에게 영화란 전부나 진배 없다. 가끔 친구들을 만나 술 한잔 걸치며 대화를 나누며 스트레스를 풀고, 작품 하나를 끝내고 가족과 여행을 떠나는 것 외에는 항상 영화 생각뿐이다.
 

배우 김윤석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처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남궁진웅 timeid@]


“항상 새로운 작품을 할 때마다 새 옷을 입고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촬영에 임하려고 애를 쓰죠. 그것이 저에게 새로운 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영화계 발전을 위한 자신만의 생각도 드러냈다.

“올해 블록버스터 4편 중 ‘해무’가 유일하게 19금 영화예요. 투자사나 감독들, 배우들이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를 계속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흥행에만 신경을 쏟다 보면 15세나 12세 관람가 영화만 나와요. 그러다가는 (한국영화의) 우물이 말라버리죠. 다양한 영화가 나와야 발전이 있다고 봅니다.”

영화의 선택부터 완성까지 부모가 자식을 키우는 마음으로 정성껏 책임지는 배우 김윤석. 그의 범접할 수 없는 연기력과 영화를 영혼이 배어 있는 작품은 놓치기엔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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