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비정상화 부추기는 공기업 경영정상화

2014-08-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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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정하 기자 = 정부가 예탁결제원을 비롯한 공기업 정상화에 팔을 걷어붙인 지 9개월 됐다. 방만경영 탓에 중점관리 대상에 오른 공기업에 대해서는 모니터링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일부 공기업에서는 부채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성과도 나타난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공기업 채무를 줄여 만든 여윳돈 5조원을 민생에 쓰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논란이 만만치 않다. 정부 입김이 강해진 탓이다. 덩달아 공기업 사장이 휘두르는 힘이 커지면서 직원 길들이기나 노조 탄압이 도를 넘고 있다. 예탁결제원은 노조 동의 없이도 구조조정을 실시할 수 있는 방안을 밀어붙였다. 노동 3법을 비롯한 기본원칙을 아예 무시해버린 것이다. 정부가 원한 결과가 과연 이런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예탁결제원은 빚도 한푼 없다. 그런데 공기업 정상화랍시고 직원에게 주던 복지 혜택을 줄줄이 없애고 있다. 물론 방만한 경영으로 지나친 혜택을 누렸다면 없애는 게 맞다. 하지만 정부에 보고할 성과를 내려고 경영진은 빠진 채 직원에게만 고통을 전가해서는 곤란하다. 특히 예탁결제원이 학자금이나 의료비 지원까지 없앤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교육이나 건강 문제는 회사에서 챙겨주기 어려우면 정부라도 나서야 할 사안 아닌가.

예탁결제원은 최근 정부 요구사항을 100% 이행했다며 보도자료까지 냈다. 학자금ㆍ의료비 안 주고 노조를 유명무실하게 만든 것이 자랑할 일인지 의문이다. 예탁결제원 노조는 이런 결정에 앞서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정부 방침을 강조하는 사장 앞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공기업 정상화가 되레 비정상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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