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머드 크레이지 [사진 제공=FS E&M]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홍대‧강남 클럽을 중심으로 전파된 EDM 열풍이 보령까지 점령했다. 클럽문화에 익숙하고, 우후죽순 생겨난 록 페스티벌에 지친 20~30대를 위해 세계 페스티벌의 대세가 된 Electronic Dance Festival이 1일 보령 대천해수욕장에 상륙했다. '머드 크레이지'는 한국 최초로 해변에서 개최되는 Electronic Dance Festival이다. 세계적인 여름 문화 축제로 자리 잡은 보성머드축제를 방문한 관광객을 대상으로 해 머드 축제가 열리는 행사장 건너편에서 열렸다
1일 오후 5시 30분 도착한 현장은 한산했지만 해가 떨어지자 관광객이 모여들면서 보령의 자갈밭은 클럽이 됐다. 사방이 꽉 막힌 실내를 가득 메운 퀴퀴한 담배냄새 대신 탁 트인 야외에서 짭짤한 바닷바람을 맡았다. 노랗고 파랗고 빨간 조명이 검은 하늘, 하얀 자갈을 수놓았다. 무대에서 이따금 용트림 같은 불꽃이 솟아오르며 열기를 더했다.
클러버의 복장은 시내 클럽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수영복 차림에 무엇을 걸쳤다면 퍽 점잖은 수준에 속했다. 형형색색의 수영복을 입은 청춘이 머드를 몸에 바르고는 머리를 흔들고 골반을 튕겼다. 주최 측은 이번 머드 크레이지를 위해 특별히 ‘블링머드’를 준비했다. 보령의 상징인 머드에 형광물질을 더한 블링머드는 낮보다 화려한 밤을 연출했다.
한데 모인 젊은이들은 서로의 몸짓과 차림은 신경 쓰지 않은 채 사정없이 온몸을 흔들었다. 고막이 울리도록 음악이 왕왕거리자 현장 스태프도 제 할 일을 하면서 어깨를 들썩거렸다. 오늘을 기억할 요량인 듯 저마다의 포즈로 인증사진을 찍는 이도 보였다. 넘실대는 군중은 또 하나의 파도 같았다.
2014 머드 크레이지 [사진 제공=FS E&M]
이번 페스티벌의 기원은 1969년 미국 젊은이들이 전쟁과 차별 타파를 외친 행사 WOODSTOCK이다. 비가 내리고 온통 진흙탕이 된 농장 언덕 위에서 필사적으로 평화와 사랑을 외친 행사였다. 머드 크레이지에서는 모두가 함께 회색 진흙을 덮어쓴 똑같은 모습으로 음악 축제를 만들어갔다. 피부색, 성별, 생김새 등 겉모습이 전부인 세상의 선입견과 편견에 맞서자는 이 메시지 또한 WOODSTOCK에서 외치던 그것과 동일하다.
머드 크레이지는 데이비드 존스, DJ 쿠, DJ 나카츠카. 맥시마이트, 준코코, 패럴라이즈 아이디어 등 실속 있는 라인업을 충실히 구현해냈다. 그간 한국 시장에 자리 잡은 음악 페스티벌은 대형 아티스트의 캐스팅에만 초점이 맞춰져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티켓 요금으로 부담이 돌아오는 악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MUD CRAZY는 자본시장에 맞춰 편질 된 페스티벌에 비해 생산성 있는 EDM 페스티벌을 지향하며 음악 페스티벌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머드 크레이지는 1일과 2일 오후 5시30분부터 자정을 넘어 새벽 2시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