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포로의 함정’ 현실화? 스마트폰 부진에 계열사 실적 비극 이어져

2014-07-3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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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삼성SDI 영업익 급락…삼성전자 무선사업 의존도 낮춰야

삼성 [사진=아주경제DB]



아주경제 박현준 기자 =삼성그룹이 자랑으로 내세웠던 전자사업 수직계열화 체제가 ‘스마트폰’ 사업 부진으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와 삼성SDI 등 삼성전자 관련 계열사들은 삼성전자 무선사업 실적 부진의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전기의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0.5% 급락한 212억 원에 그쳤다.

삼성SDI도 2분기 영업이익이 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97.8% 떨어져 삼성전자발 매출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부진으로 소형전지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0억 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과거 매출 비중 면에서 반도체와 통신·IT, 디스플레이·가전 등이 비슷한 추이를 보여, 한 사업 부문이 부진해도 다른 사업 부문이 메워주던 ‘포트폴리오 사업체제’를 통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사업 비중이 커지면서 이 같은 균형이 무너졌다.

올 1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 8조4900억원 중 스마트폰·태블릿 등 무선사업을 담당하는 IM(IT 모바일)사업부의 영업이익이 6조4300억 원에 달해 약 75%를 차지했다.

급격한 스마트폰 쏠림현상으로 인해 다른 전자 계열사들도 전체 사업에서 스마트폰 관련 매출 비중이 높아졌다.

문제는 삼성전자에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생산라인을 가동하다 보니 외부 고객사를 확보할 만한 여력이 없어 삼성전자 의존도가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약 62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삼성전기의 1분기 전체 매출의 35%에 해당하는 수치다.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삼성전자와 계열사의 실적에 대한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성장곡선이 수직에 달한 상황에서는 먹혀들지 않았다. 하지만 2분기에 이같은 우려는 현실이 됐다.

물론 2분기라는 단 기간만 놓고 볼 일은 아니다. 하반기 이후 신제품의 대거 투입 및 마케팅 활동 강화를 통해 회복세로 반전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인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의존도와 계열사들의 삼성전자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삼성전자는 이른바 ‘포로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포로의 함정이란 한 회사의 부품이나 장치사업이 같은 회사가 생산하는 최종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을 뜻한다.

사내매출 비율이 높아질수록 외부 고객 정보와 제품, 산업의 트렌드에 둔감해져 경쟁우위가 낮아지게 되고, 부품 사업부가 회사의 최종제품 요청에만 의존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기술개발 및 부품설계가 비효율적으로 이뤄지게 된다.

일본 기업전략 분석가 이즈미 료스케 GF 리서치 대표는 저서 ‘일본의 전기 산업 무엇이 승패를 나눌 것인가’를 통해 “삼성전자가 포로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먼저 부품·장치 사업은 자사 소비 우선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외부 판매를 항상 의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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