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규진·박정수 기자 = 개인 투자자가 삼성전자 위주인 국내 상장지수펀드(ETF)를 외면한 채 애플이나 페이스북에 투자하는 미국 ETF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
28일 아주경제가 예탁결제원에 의뢰한 자료를 보면 국내 투자자가 미국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돈은 25일 기준 총 1조1500억원(전년 말 8900억원)으로 올해 들어 약 30% 증가했다.
미 IT 대장주인 애플은 4~6월 영업이익이 77억5000만 달러(7조9300억원)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 넘게 늘었다. 매출도 같은 기간 약 6%, 순이익은 11% 증가했다.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다. 2분기 순이익이 1년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7억9100만 달러에 이르렀다. 매출도 60% 이상 늘어난 29억1000만 달러로 예상치를 1억 달러 이상 뛰어넘었다.
대표적인 미 IT업종 ETF가 시장 대비 2배에 이르는 초과 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것도 이 덕분이다.
애플 같은 IT 대장주를 집중 편입한 미 ETF인 '파워쉐어QQQ 트러스트 시리즈'는 최근 3개월간 수익률이 12%에 맞먹었다. 이에 비해 나스닥 수익률은 같은 기간 6%를 밑돌았다. 애플ㆍ페이스북 주가만 이 기간 최대 30% 넘게 올랐다.
반면 삼성전자 주가는 최근 3개월 사이 제자리걸음을 했다. 2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1조원 가까이 밑돌면서 7조원대로 떨어진 영향이 컸다.
해외 ETF 쏠림에서 배당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애플 및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IBM, 시스코는 2013년 배당성향이 평균 33%를 상회했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는 2010년 이후 평균 배당성향이 7%에도 못 미쳤다.
금융소득종합과세 역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국내 ETF만 과세 대상이 돼 이자수익을 비롯한 금융소득이 2000만원 이상이라면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다.
오온수 현대증권 글로벌자산전략팀장은 "국내 ETF는 세금 역차별 탓에 유동성 부족이 나타날 지경"이라며 "국부유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당국이 정책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 팀장은 "미 증시에 알리바바나 바이두 같은 중국 공룡기업이 잇달아 상장하는 것도 눈여겨 봐야 한다"며 "알짜 새내기주가 많지 않은 국내 증시는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