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이미 과징금을 실적에 반영하는가 하면 향후 공공공사 입찰 제한 대응 준비에 착수하는 등 물밑으로는 발 빠르게 작업을 진행 중이다.
27일 공정거래위원회가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28개 건설사에 대해 부과한 과징금 4355억 원은 역대 전체 담합사건 중 둘째, 역대 건설업계 담합사건 중 가장 많은 액수다.
담합에 참여한 업체는 경남기업·계룡건설·고려개발·극동건설·금호산업·남광토건·대림산업·대우건설·동부건설·두산건설·두산중공업·롯데건설·삼부토건·삼성물산·삼성중공업·삼환기업·쌍용건설·SK건설·GS건설·KCC건설·코오롱글로벌·포스코건설·풍림산업·한라건설·한신공영·한진중공업·현대건설·현대산업개발 28개사다.
건설사들은 아직까지 공정위 발표만 났을 뿐 회사에 공식 의결서가 전달되지 않은 만큼 본격 대응을 자제하고 있는 분위기다. 먼저 목소리를 냈다가는 ‘미운털’이 박힐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형 건설사인 A건설 직원은 “공정위 판결 후 의결서가 도착하려면 한 달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다”며 “그때까지는 회사 차원에서 공식 대응은 내놓지 않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번 처분에 대해서는 과징금 규모가 너무 과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B건설 관계자는 “이번 담함 적발에 따른 과징금 규모가 큰 것이 걱정”이라며 “담합이 여러 차례 적발되면서 적은 금액도 아닌 데다가 우선순위로 납부해야 하다 보니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전했다.
C건설 관계자는 “이미 상반기 실적에 과징금 액수를 손실 반영하면서 타격을 입었다”며 “영업이익이 크게 이익 난 회사라면 몰라도 이익 폭이 적거나 적자인 건설사는 과징금 빼면 남는 것이 없는 실정”이라고 한숨 쉬었다.
과징금에 대해 조정을 시도하려고 해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업계는 지적한다. D건설사 관계자는 “과징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려면 소송을 거쳐야 하는데 국민 정서 때문에 적극 대응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건설사들은 최저가낙찰제 등 정부의 비정상적인 발주 방식이 담합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전 정부부터 4대강 살리기 사업 등 사회간접자본(SOC)을 통한 경기 부양을 추진해 놓고서는 이제 와서 문제를 삼으니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E건설 관계자는 “최저가 낙찰제 공사는 평균 낙찰률이 75%로 이번 공사는 76%가량에 낙찰을 받았는데 과징금과 손해배상 등을 떼면 오히려 손해”라고 호소했다.
특히 대규모 공사의 경우 발주처 편의를 위해 공구를 나눠놓고서는 나눠진 공구를 각각 맡은 부분이 담합으로 몰려 억울한 점이 없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F건설 관계자는 “발주 시 공구를 나누다 보니 정보 교류 차원에서 확인할 수도 있는 건데 어디까지를 담합으로 봐야 하는지가 불확실하다”며 답함 판결에 대한 의문을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통상 예전에는 통용됐던 부분도 최근 경제 민주화 등 사회 분위기 때문에 몰아가는 측면도 없지 않다”고 꼬집었다.
G건설 직원은 “정부가 발주하는 공사는 공사비 자체가 너무 낮아 공구를 나눠 맡지 않으면 업체 간 피말리는 경쟁을 해야 하는 게 사실”이라며 “발주처도 전체 공구를 나눠 한번에 시작해 마무리해야 유리한 면이 있어 하는 것인데 이제 와서 담합이라고 하니 한숨만 나올 지경”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판결 후 발주처가 이들 업체를 부정당업체로 지정하게 되면 과징금 부과 외에도 공공공사 입찰 제한 및 손해배상 청구 등 후속 조치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건설사들은 입찰 제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등의 대응을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최저가 낙찰제와 실적공사비 등 비정상 발주 방식에 대해서도 협회를 중심으로 개선 요구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각종 공사 담합 적발에 따른 중복 처벌에 따른 어려움 해소도 건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달 건설사들은 노대래 공정위원장과 면담을 갖고 입찰 제한 완화 등을 건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노 위원장도 “기획재정부 등 소관부처에 담합건설사 등에 대한 (공공)입찰참가 제한 규정을 완화하는 제도 개선을 요청하겠다”고 밝히면서 담합규제 완화가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