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지난 5월 25일 오후 순천 별장에 대한 수색을 시도했지만 문이 잠겨 있어 정식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뒤 같은 날 오후 9시 30분부터 2시간가량 수색을 진행했지만 유병언 씨를 찾지 못했다. 그 자리에서 비서역할을 하던 아해프레스 직원 신모(33·여) 씨를 범인도피 혐의로 체포했다.
신씨는 5월 28일 검찰조사에서는 유병언 씨가 다른 조력자의 도움을 받아 이미 별장을 빠져나갔다고 진술했으나 한달 뒤인 6월 26일에는 "수사관들이 별장 문을 열려고 하는 소리가 들려 유병언 씨를 2층 통나무 벽 안에 있는 은신처로 급히 피신시켰다. 수사관들이 수색을 마칠 때까지 유병언 씨는 은신처 안에 숨어 있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검찰은 진술을 들은 이튿날인 6월 27일 순천 별장 내부를 다시 수색했지만 이미 유병언 씨는 도피한 뒤였다.
검찰이 유병언 씨를 눈앞에서 놓친 것은 이뿐만 아니었다. 순천에 사는 J씨는 24일 "날짜를 정확히 기억하긴 어렵지만 오전에 TV에서 '검찰이 유병언 은신처를 급습했으나 놓쳤다'는 뉴스를 본 뒤에 오전 9시께 순천경찰서 정보과와 인천지검에 각각 전화를 걸어 '비밀 공간' 존재 가능성을 제보했었다"고 밝혔다.
J씨가 신고한 날은 검찰이 송치재 별장은 급습한 5월 25일 다음 날인 26일 오전으로 추정된다.
그는 "TV에서 '유병언이 머문 방을 며칠 전에 목수가 수리했다'는 뉴스를 보자마자 직감적으로 '비밀 공간'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곧바로 114에 문의해 번호를 알아낸 뒤 순천경찰서 정보과에 전화를 걸어 '유병언의 방만 검색하지 말고 다른 방이나 벽을 잘 살펴봐라. 벽을 두드려보면 소리가 다르니까 '비밀 공간'을 찾아낼 수 있다'고 제보했다"고 말했다.
J씨는 순천경찰서에 이어 인천지검에도 전화를 걸어 똑같은 얘기를 반복해서 제보했다. 그는 "당시 전화를 해서 정밀검사를 해달라고 하니까 전화를 받은 사람이 '참고로 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며 "그런데 인제 보니 그 사람들이 과연 수사 의지가 있었는지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분개했다.
특히 J씨는 "이후 별다른 얘기가 없어 이틀 뒤에 또 한 차례 순천경찰서와 인천지검에 각각 전화를 걸어 같은 얘기를 반복해 제보했다"며 "이번에 별장의 비밀공간에 유씨가 숨었다가 달아난 것이 사실로 확인되니 검경이 조사를 확실하게 하지 않은 부분이 조금 억울하게 생각된다"고 말했다.
J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검경이 유씨를 조기에 검거하거나 최소한 도주 경로를 파악할 절호의 기회를 놓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