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러시아 당국은 지금 상당히 어려운 선택에 직면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항공기 격추에 대한 국제조사단에 협력하게 되면 그 결과는 러시아에 지극히 불리하게 작용될 것이고, 조사를 방해하면 국제사회의 큰 반발을 초래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FT는 이번 말레이시아 항공기 격추가 일어나기 직전에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 강화를 발표했다고 지적하면서, EU 국가들도 향후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여 러시아 기업들이 자본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FT는 러시아를 궁지로 몰고 간 푸틴의 4가지 잘못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첫 번째 푸틴의 잘못은 우크라이나가 EU와 무역협정을 체결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EU는 우크라이나를 참가시키는 데 소극적이라고 전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참가도 사실상 어려운 것이 현실이지만 푸틴은 이에 대해 과잉 반응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는 우크라이나 정세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크림반도 합병과 달리 동부 지역의 혼란은 효과를 보고 있지 못하며, 이러한 혼란 중에 말레이시아 항공기 격추라는 비극이 발생했다. 이 문제는 러시아가 직접적으로 격추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참사가 일어나도록 상황을 관리하지 못한 책임을 면치 못한다고 지적했다.
세 번째 푸틴의 잘못은 러시아 국내 여론의 조작으로 인해 푸틴의 지지율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으나 이러한 여론 유지를 위해 우크라이나 친러시아 세력의 지원을 끊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친러시아 세력의 지원을 끊는 순간 러시아 국내에서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기 때문이라고 FT는 지적했다.
네 번째는 푸틴이 미국과 유럽의 대응을 과소평가했다는 점으로, 서방국가들의 대응이 조금 늦기는 했으나 본격적인 제재는 이제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러시아 기업들은 현재 속수무책이라고 전했다.
FT는 러시아는 불필요하게 NATO에 대해 망상을 품고 있지만 러시아의 진정한 전략적 과제는 바로 중국의 대두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서방국가들과 대립하는 입장에 놓이게 되면서 중국과 가까워지고 최근에 체결된 에너지 관련 협정만 보아도 러시아가 중국에 대해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약을 체결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