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검찰은 유병언 씨의 시신이 본인의 것으로 최종 확인되면 ‘공소권 없음’으로 유병언 씨 본인에 대한 수사를 종결할 방침이다. 공소권 없음은 불기소 처분의 한 유형으로, 피의자가 사망하면 내리는 처분이다.
검찰은 그동안 유병언 씨에 대해 △회사 운영과 관련한 경영비리 △세월호 사고 유발의 직·간접적 책임 등 크게 두 갈래로 수사를 진행해 왔다. 이를 통해 검찰은 횡령 218억 원과 배임 1071억 원, 탈세 101억 원 등 총 1390억 원의 범죄 액수를 확인했으며, 세월호 불법 증축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점을 들어 ‘업무상 과실치사죄’도 적용하려 했다. 그러나 유병언 씨의 죽음으로 이러한 형사상 책임을 묻기란 불가능해졌다. 다만 유병언 씨 자녀 등 일가와 그룹 계열사 임직원의 횡령 배임 등 혐의에 대한 수사는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인간적으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세월호 사고 관련자들의 책임을 엄정하게 규명하고, 피해 배상에 필요한 책임재산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는 소명을 중대하게 인식하면서 유병언 씨의 사망 여부와는 별도로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수사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국내 도피 중인 것으로 알려진 장남 대균 씨에 초점이 쏠리게 됐다. 검찰은 대균 씨가 유병언 씨와 함께 금수원에 머물렀다가 떠난 다음부터 연락을 끊고 국내에서 따로 움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종교·사업 후계자인 차남 혁기 씨도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지만, 현재 미국 또는 프랑스 체류 중이라는 점만 알려졌을 뿐 정확한 소재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장녀 섬나 씨의 경우, 프랑스 경찰에 체포돼 구금 상태지만 범죄인 인도재판 절차에만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신병 확보에는 시일이 걸릴 공산이 크다.
그뿐만 아니라 ‘공소권 없음’으로 유병언 씨에 대한 수사가 종결되면 세월호 사건 피해자 배상을 위한 유병언 씨 일가의 차명재산 추징 및 환수에 빨간 불이 켜질 수밖에 없다. 앞서 동결한 재산 역시 유병언 씨 사망으로 추징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사라졌다.
대검 관계자는 “추징보전은 형사상 유죄판결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취소 결정을 해야 한다”며 “하지만 재산과 채무는 함께 상속되므로 세월호 사고수습 비용과 관련, 국가는 여전히 유병언 씨 측에게 2000억 원 상당의 채권을 주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다른 사고 책임자들에 대한 추징 보전은 여전히 유효하며, 유병언 씨의 동결된 재산도 구상권 행사를 위한 책임재산으로 계속 남도록 법리 검토를 거쳐 관련 조치를 취하겠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대검은 이에 따라 민사상 구상권 청구·가압류 등의 방식으로 책임 재산 환수에 나설 계획이다. 민사소송은 재판 중 당사자가 사망해도 해당 시점까지의 수사 결과에서 책임이 입증되면 재산에 대해 강제 조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에 대한 유병언 씨의 책임을 충분히 밝혀내기 어려워지면서 구상권 청구 등 민사상 조치를 하더라도 당초보다 받아낼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