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vs 재계, 쟁점된 사내유보금 과세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란

2014-07-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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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후 첫 경제5단체장 간담회 가져

사내유보금 과세,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아주경제 노승길·채명석 기자 = 정부와 재계가 사내 유보금 과세 문제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시행에 대한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인 가운데 최경환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서울대한상공회의소에서 취임 후 첫 경제 5단체장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정부와 재계는 그간 접점을 찾지 못했던 사내 유보금 과세 문제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최근 (논의되는) 사내 유보금 과세는 정책적 필요성보다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며 "조금 더 폭넓은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판단해 달라"고 제안했다.

이에 최경환 부총리는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사내 유보금 과세를 너무 과격하게 할까 봐 우려된다는 재계의 문제 제기가 있어 정부 과세 방향을 충분히 설명했다"며 "세금을 더 걷자는 게 아니라 기업의 성과를 배당, 임금 등을 통해 가계에 흘러가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내 유보금이란 기업이 벌어 들인 돈에서 세금을 내고 남은 세후 이익에서 배당, 성과급 등을 제외하고 사내에 쌓아둔 자금을 말한다.

국내 기업들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부채 비율을 낮추기 위해 사내 유보금을 늘려왔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10대 대기업이 갖고 있는 총 유보금 규모는 518조 1000억원으로 5년 전 269조 2000억원에 비해 두 배 가까이 규모가 늘었다.

특히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의 사내 유보금은 각각 158조 4000억원과 72조 4000억원으로 전체 1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 총액의 절반을 차지한다.

정부가 이에 사내 유보금에 대한 과세를 언급하자 재계는 '사내유보금=현금'이라는 오해에서 비롯된 잘못된 판단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모양새다.

기업들은 사내 유보금이 단순히 '쓰고 남은 돈'이 아니라 사업 확장이나 영업 활동을 위해 기계·설비·건물 및 현금성 자산 등의 형태로 재투자되는 자금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또한 사내 유보금 과세는 기업이 법인세를 내고 난 뒤에 모아둔 자금에 또다시 세금을 매긴다는 건 '이중과세'라는 주장이다.

이에 정부는 사내유보금 과세의 취지는 세금을 걷겠다는 게 아니라 기업의 성과가 투자나 배당·임금 등을 통해 경제에 흘러가도록 유도를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내년에 시행될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 역시 정부와 재계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란 정부가 기업마다 온실가스 배출 허용 총량을 할당한 뒤 남거나 부족한 배출권을 기업 간에 사고팔 수 있게 한 제도다. 할당량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은 배출권을 구입하거나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경제계는 배출권 거래제가 산업 경쟁력을 저하 시킬 우려가 있어 시행 시기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는 배출권 거래제 연기 시 국가적 손해가 큰 만큼 더 이상 늦춰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시행되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기업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경제계와 적극적으로 협력키로 하고 관계 부처와 협의해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배출권 거래제 관련 결론을 낼 것임을 밝혔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는 최경환 경제 부총리는 경제계에 가계 소득 악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 민생을 안정 시키려면 재계의 동참이 필요하다며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최 부총리는 또한 재계와의 소통 강화를 위해 '핫 라인'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경제 단체 관계자는 "첫 만남 이었으니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한국 경제의 침체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인데, 이를 기업이라는 단 하나의 해답으로 풀어내려고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정부가 직접 과감한 규제 개혁과 내수 부양, 환율과 인플레이션 등을 아우르는 적극적인 거시 경제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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