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스스로 신뢰 저버린 금융사들

2014-07-2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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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신뢰가 생명이라 외치는 금융사들이 최근 스스로 신뢰를 저버리고 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조기통합 추진을 비롯해 생명보험사 자살보험금 미지급 논란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조기통합 논의의 경우 금융환경 악화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조기 통합이 불가피하다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주장에 따라 제기됐다. 2012년 외환은행 인수 당시 5년간 독립경영 보장을 골자로 하는 노사정 합의를 깨겠다는 것이다.

최근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 결과에 보험업계 시선이 쏠려 있는 자살보험금 지급 논란 역시 마찬가지다. 상당수 생명보험사들이 2010년 4월 이전 재해사망특약 약관에 보험가입 2년 후 자살에 대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도록 명시했으나 지급을 미루다 금감원으로부터 징계를 받을 위기에 처했다.

합의와 약관은 당사자 간의 약속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약속 파기에도 불구하고 이와 관련된 조직이나 인물로부터 책임지려는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다. 자살보험금의 경우 그나마 금감원 제재심을 통해 미지급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다.

하지만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동조합, 금융당국의 노사정 합의의 경우 합의 당사자들이 현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책임지려는 사람도,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외환은행 인수 당시인 2012년 2월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과 윤용로 외환은행장, 김기철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은 독립경영 등의 내용이 담긴 합의서에 서명했다. 이 자리에는 김석동 당시 금융위원장도 입회인 자격으로 서명했다.

물론 경우에 따라 불가피하게 기존의 약속을 깨야하는 상황에 닥칠 수 있다. 이 경우 상대방에게 양해와 동의를 구하는 게 우선이다. 그러나 약관만 수정하고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하루빨리 통합을 추진하려는 모습은 애초부터 약속을 지킬 의지가 있었는지 의구심을 들게 만든다.

약속은 깨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하나금융과 생보사를 비롯한 모든 금융사들이 다시 한번 되새기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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