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서 발견된 시신 유병언 확인"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리 매실밭에서 발견된 시신이 DNA 검사와 지문 채취 결과 유병언 씨로 최종 확인됐다.
우형호 순천경찰서장은 22일 순천경찰서 3층 회의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지난 21일 저녁 경찰청으로부터 순천서 변사체의 DNA가 그동안 검·경의 수사활동으로 확보한 유병언 씨의 DNA와 일치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구두로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의 설명에 따르면 현장에서 발견된 유류품 가운데 ㈜한국제약 생산 'ASA 스쿠알렌' 빈병에 제조회사가 구원파 계열사로 표시돼 있고, 천 가방 안쪽에 새겨진 '꿈같은 사랑' 글자가 유씨가 직접 쓴 책의 제목과 일치한다.
또 시신의 상의 파카는 고가의 이탈리아제 '로로피아나' 제품이고, 신발도 '와시바'라는 고가의 명품이라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지문 확인 경위에 대해 심하게 부패해 시신의 지문을 채취하기 곤란했으나 냉동실 안치 후 열 가열법을 이용해 3차례에 걸쳐 지문 채취를 시도, 시신 오른쪽 집게손가락 지문 1점을 채취해 검색한 결과 유병언 씨의 지문으로 최종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국과수 감정 결과 송치재에서 채취한 체액과 금수원 내 유씨 집무실에서 채취한 DNA 시료가 정확히 일치한다는 감정결과를 경찰청을 통해 통보받았다고 설명했다.
◆70여일간의 유병언 도피경로
검찰 등에 따르면 유병언 씨는 일흔이 넘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75일간 신출귀몰한 도피 생활을 이어왔다. 유병언 씨는 측근의 도움으로 생필품을 조달했고 신도들의 집을 옮겨 다니며 자신을 쫓는 검찰과 경찰을 농락하기에 이르렀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나흘이 지난 4월 20일 검찰이 유병언 씨 일가 비리 수사에 착수하자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의 본산 금수원에 있던 유병언 씨는 부인을 비롯해 도피극을 총괄 기획한 이재옥(49·구속기소) 헤마토센트릭라이프재단 이사장 등 구원파 수뇌부와 상의 끝에 금수원을 빠져나갔다.
금수원에서 빠져나온 유병언 씨는 구원파 핵심 신도인 일명 '신엄마' 신명희(64·구속기소) 씨의 언니 소유 아파트와 측근 한모(50·구속기소) 씨의 단독주택에 열흘 넘게 머물렀다.
이런 가운데 유병언 씨 측근인 송국빈(62·구속기소) 다판다 대표가 측근들 가운데 처음으로 구속되자 도주를 시작했다. 유씨는 이 이사장, 아해프레스 직원이자 구원파 여신도 신모(33·구속기소) 씨 등과 함께 전남 순천으로 내려가 송치재휴게소 운영자 변모(61·구속기소) 씨 부부가 관리하던 별장인 '숲속의 추억'에 은신한다.
5월 22일 검찰 검거팀은 유병언 씨의 도피를 돕던 구원파 신도 추모(60·구속기소) 씨의 존재를 확인하고 순천 현지로 급파, 24~25일 추씨 등 도피 조력자 4명을 검거했지만 유병언 씨 소재는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이어 25일 밤 유병언 씨가 은신하고 있던 '숲속의 추억'을 덮쳤지만 눈치챈 유병언 씨는 이미 구원파의 연락을 받고 사라진 후였다.
유병언 씨의 흔적은 여기서 끊겼고 검찰은 더 이상 유병언 씨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후 검·경은 한 달 넘게 검문검색을 실시하고 구원파 신도 자택 등을 중심으로 유씨 소재를 찾아나섰지만 단서를 찾지 못했다.
◆"왜 유병언 홀로 숨져 있었나"
예상치 못하게 지난 6월 12일 '숲속의 추억'에서 불과 2.5km 떨어진 밭에서 유병언 씨 시신이 발견됐다. 시신은 매우 부패한 상태로 발견됐다. 장기간의 도피 행각을 이어온 유병언 씨가 밭에서 홀로 시체로 발견됐다는 점은 쉽게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검찰의 압박으로 초기 도피 조력자들이 잇따라 체포되면서 유병언 씨가 이후 혼자서 도피 생활을 하다 사망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유병언 씨 도피를 돕던 구원파 신도 38명이 체포됐고 이 가운데 13명이 구속됐다.
75일간의 도피 생활을 하던 유병언 씨가 검찰과 경찰의 대대적인 포위망에 압박을 느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도 나온다. 시신 주변에는 소주병과 막걸리병 등이 흩어져 있었다. 술과 함께 음독을 시도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구원파 관계자는 "발견된 시신 주변에 술병이 있었다는데 유병언 씨는 절대 술을 마시지 않는다"면서 "또 시신 발견 시점이 6월 12일로 나오는데 유병언 씨와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신모 씨가 체포된 게 5월 25일이다"며 유병언 씨의 사망을 부인했다.
이어 "유병언 씨가 5월 25일까지만해도 살아 있었다는 것인데 2주 만에 시체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다는 점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뿐만 아니라 경찰 내부에서도 유병언 씨가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시신 발견 당시 백골이 드러나고 머리카락이 분리될 만큼 부패가 심해 시체 형태로는 신원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에 힘이 실린다. 시체 발견 당시 아무리 날씨가 더웠다 하더라도 불과 18일 만에 백골 상태의 변사체로 발견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변사체가 숨진 지 6개월 정도 지났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시체 발견 당시 키 등 신체적 특성이나 체구 확인 과정에서도 다른 점이 많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구원파 신도 등의 보호를 받으며 도피생활을 한 유병언 씨가 왜 혼자 노숙자 차림으로 아무도 없는 밭에서 죽어갔느냐 하는 점은 의문으로 남는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원의 정밀 감정에 따른 결과를 토대로 2차 부검이 완료되면 사인 등이 더욱 명확히 확인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앞으로 변사자의 이동 동선을 정확히 파악하고 사망 과정에서 타인의 물리력이나 개입이 있었는지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는 등 한 점의 의구심도 없도록 투명하게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