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유 수출길 다시 열리나 … 유업계, 제조공법 변경 검토

아주경제 전운 기자 = 중국 정부로부터 수입 금지를 당한 한국산 흰우유가 다시한번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우유 등을 비롯한 국내 유업체들은 중국 정부의 수입 허가 기준에 맞춰, 중국 수출용 제품 생산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수입검역 당국이 이달 중 국내 유가공업체 8곳의 수출용 흰우유 생산시설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이번 실사에서 적격 판정을 받으면 수출업체로 등록돼 대중국 수출을 재개할 수 있다.

관련기사

• "형보다 나은 아우"…식품업계, 후속 제품 인기
• "국내 우유업체 6곳 중국 수출 중단"

중국 정부는 지난 5월 1일부터 국내 살균유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한국 우유가 중국 정부에서 규정한 살균 기준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정부는 살균유의 기준을 HTST(high temperature shot time) 살균 공법에 의해 생산된 우유로 한정하고 있다. HTST 공법이란 75도 이상에서 10분 내외로 살균하는 공법을 의미한다.

살균 온도가 132도가 넘게 되면 멸균유에 해당한다.

중국의 기준과 달리 국내 살균유는 UHT(ultra-high temperature) 살균 공법(130도 이상에 1~2초간 살균)으로 생산된다.

때문에 중국은 국내에서 생산된 우유가 멸균유라며 수입을 중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유업체들은 중국 정부가 제시하는 기준에 따라 살균 공법을 변경할 수도 없는 입장을 보였다.

새로운 살균 공법을 적용하며 살균 시간이 600배 가량 늘어나기 때문에 공장 가동률이 현저히 떨어져 사실상 제품 생산이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유업체들은 입장을 바꿔 중국 정부가 요구하는 살균 공법으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검토 중이다.

국내에 원유가 남아도는 상황에서 제한적인 수량이나마 수출을 통해 재고를 해소하는 것이 더욱 이익이라는 판단에서다.

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우유 소비량이 정체되면서 원유를 비롯해 분유 재고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며 “제조 공법을 변경해 가동률이 떨어지더라도 재고가 쌓이는 것보다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중국에 10여개의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우유협동조합은 대중국 수출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추고 있다.

서울우유협동조합 관계자는 “제조 공법을 변경하는 것은 생산 효율성 하락을 가져올 수 있지만 중국 사업을 위해 올해 초까지 대리점을 확대하고 있어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밝혔다.

올해 초 대대적인 중국 시장 진출을 공언한 남양유업은 중국과 한국 정부의 수입 기준 재조율 결과를 보고, 생산 공정을 변경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