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경주) 신희강 기자= “내진 1등급으로 건설돼 리히터 규모 6.5 강진에도 견딜 수 있습니다.”
11일 경북 양북면 봉길리 중·저준위 방사선 폐기물(이하 방폐물) 1단계 동굴 사일로(폐기물 처분고) 현장. 최기용 원자력환경공단 구조부지실장이 커다란 원통형 콘크리트 구조물을 가르키며 안전성에 이상이 없다고 말한다.
사일로 상부에는 이미 처분용기 하역을 위한 트롤리(크레인)가 분주하게 방폐물을 사일로에 쌓는 역할을 하고 있다. 200리터 드럼 16개를 담는 처분용기는 1m 두께의 콘크리트 구조물로 한 번 더 방폐물을 외부와 차폐하는 역할을 겸한다.
특히 1m 두께의 탄탄한 콘크리트 사일로는 리히터 규모 6.5의 강진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폐쇄후 방폐장 주변 방사선량은 연간 0.01mSv 미만으로 관리되며, 이 수치는 일반인 연간 허용 방사선량의 100분의1 수준이다.
최 실장은 "공단은 지진 및 지하수 유출에 따른 방사선 오염물질 누출 등 ‘안전’ 관리에 철저한 준비작업을 거쳤다"며 "원전관련 시설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규제기관(원자력안전위원회)을 통한 안전성에 대한 심도 있는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지하수 유입 및 지진 등 재난에도…“이상 무”
지난 2008년 8월 공사를 시작해 지난달 준공이 완료된 경주 방폐장 1단계 공사는 총 사업비 1조5657억원이 투입됐다. 동굴처분 방식의 이 방폐장은 1415m의 운영동굴과 1950m의 건설동굴, 이를 연결하는 하역동굴, 방폐장 핵심시설인 처분고(사일로) 6기, 수직 출입구 등이 포진해 있다.
공사 초기에는 지하수 유입과 연약 암반문제 등으로 환경단체들과 시민들의 반발로 당초 완공시점보다 4년여 늦춰졌다. 통상 일반 터널은 입구와 출구 양쪽에서 동시에 굴착하는 방식을 택해 공사 도중 지하수가 터져도 배수에 문제가 없다.
하지만 입·출구가 하나뿐인 경주 방폐장 동굴공사는 지하 한쪽방향으로만 하향(下向)굴착을 해야 하는데다 지하수를 만나면 별도의 양수작업이 필요해 건설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 예상보다 무른 일대 연약지반도 시간을 늦추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공단은 지하수가 있어도 균열이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한 보강공사를 실시했다. 방폐물 처분이 끝나면 사일로의 빈 공간을 쇄석으로 채운 뒤 입구를 콘크리트로 봉인하는 등 철저한 관리도 병행했다.
지하 구조물 또한 내진 1등급으로 건설해 리히터 규모 6.5 강진에 끄떡없도록 조치했다. 처분동굴의 입구도 해발 30m 높이에 위치해 해일 등 재난에도 안전성을 확보했다는 게 공단측의 설명이다.
이종인 공단 이사장은 "방폐장의 임무란 폐기물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국토환경을 보전하고 국민행복에 이바지 하는 것"이라며 "공단은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국민의 신뢰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향후 60년간 80만 드럼 중저준위 방폐물 처분
지난 2010년 완공된 지상·지원시설은 반입된 방폐물을 검사하고 보관하는 역할을 한다. 이 곳은 2010년 12월 한울원전과 월성원전으로부터 방폐물 1536드럼을 반입하는 등 이미 본격 가동에 필요한 준비를 끝낸 상태다.
지상시설은 운반용기 하역, 방폐물드럼 인수검사, 방폐물 저장의 기능을 하며 총 7000드럼을 저장할 수 있다. 현재까지 울진원전(1000드럼), 월성원전(2536드럼), 월계동폐아스콘(707드럼) 등 4243 드럼을 이미 수용한 상태다.
운송 수단은 전용 운반트럭을 통한 육상운반, 전용 운반선박인 ‘청정누리호’를 통한 해상운반 2가지가 있다. 청정누리호는 2600톤 규모의 전용 운박선으로, 방사선물질 누출차단 설비 등 안전을 위해 특수 제작됐다.
즉 방폐물의 처분절차는 방폐물 처리를 거쳐 포장 및 임시저장, 육상운반 또는 해상운반, 인수 및 검사, 사일로 정치, 사일로 폐쇄, 폐쇄 후 관리 7단계로 관리된다.
경주 방폐장은 총 214만㎡ 부지에 2단계 공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방사성폐기물 총 80만 드럼을 처분할 수 있는 규모로 지어질 계획이다.
공단은 1단계(10만 드럼)에 이어 2단계(12만5000드럼) 규모의 천층처분장을 건설하기 위해 현재 주민설명회를 여는 등 준비에 착수했다. 이렇게 되면 경주 방폐장은 향후 60년간 원전, 산업체, 병원 등에서 발생한 80만 드럼의 중·저준위 방폐물을 처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