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권경렬 기자 = "지난 2010년 지구지정 이후 수십차례 LH(한국토지주택공사), 국토부, 광명시 등에서 주민들과 만났지만 단 한 번도 차량기지를 이전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시간을 끌기 위한 핑계라고 생각한다." (경기도 광명시 학온동 주민)
지난 9일 광명·시흥 공공주택지구(구 보금자리지구) 해제가 무기한 연기되면서 이 지역 원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구 해제에 따른 대안이 시간끌기용 임시 처방이라는 게 주민들 생각이고 연기의 이유인 구로차량기지 이전 문제도 주민들에게 한 번도 설명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구로구·광명시와 합의해 구로철도차량기지를 공공주택지구로 개발되는 광명·시흥지구 광명시 노은사동 일대로 이전하고 전철역도 신설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구 지정이 취소되면서 차량기지 이전의 타당성도 흔들리게 됐다. 광명·시흥지구는 총 9만5000여가구의 신도시급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었으나 지구 해제에 따라 수요 부족으로 전철역을 만들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비용-편익(B/C) 분석을 통한 타당성 조사에는 가시화된 개발계획만 반영된다"며 "광명·시흥지구를 해제할 경우 관련 법 개정조차 이뤄지지 않은 특별관리구역 계획으로는 B/C 분석에 반영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명·시흥지구 주민들은 처음 듣는 철도차량기지 이전이 문제가 됐다는 것에 대해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단지 시간을 끌기 위한 핑계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온동 주민 이모(51)씨는 "집단취락지역을 우선 제척한다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보금자리지구 해제가 된 것이 아니다"라며 "시흥목감·항동 등 주변 다른 지구에 비해 광명·시흥지구의 입지가 월등히 뛰어나기 때문에 수요가 몰릴 것을 대비해 타 지구를 먼저 개발·공급한 후 천천히 개발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학동 명문부동산 이정구 대표는 "특별관리지역이라는 것도 결국 보금자리주택법(공공주택건설 등에 관한 특별법)에 한 줄 더 넣겠다는 의미로 이름만 다르지 신축 등 개발이 불가능한 것은 마찬가지"라며 "지구지정 시점인 2010년을 기준으로 보상하게 되면 시간을 끌수록 보상액은 시세보다 낮고 개발은 지연돼 주민들만 큰 피해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광명·시흥지구 주민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지구 지정 이후 개발 및 보상이 지연되면서 이 일대 부동산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지구 지정 이후 이 지역은 건물 신축은 물론 물건을 적치하는 행위조차 금지됐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지구 개발이 진행되지 않아 보상도 지연되는데다 개별적인 개발도 불가능해 사실상 거래가 묶인 것이다.
광명·시흥지구 주민대책위 관계자는 "2010년 이후 4년 동안 재산권도 행사하지 못했다"며 "개발될 것을 대비해 미리 이사를 나간 주민들은 주택과 토지를 팔지 못해 이자비용만 계속 지불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집단취락을 지구에서 제외하고 취락 외 지역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집단취락 24곳에 인근의 취락 2배 면적 집단취락과 묶어 취락정비사업지역으로 지정해 개발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특별관리지역 제정 자체가 국회 입법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학온동 광명공인 관계자는 "개발도 보상도 지연되면서 올해 들어서는 광명·시흥지구 일대에 부동산 거래가 전혀 없었다"며 "지구 지정 이전에는 2006년부터 1종 지구단위계획구역이었기 때문에 신축이 가능했고 시세도 3.3㎡당 600만원이 넘었지만 현재는 400만원에 내놔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주민대책위 관계자는 "차량기지 이전 문제를 주민들에게 미리 알려주지 않은 것은 지자체가 주민과의 협상을 위해 유리한 것만 알려주고 불리한 것은 숨긴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