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일본의 중국 대륙 침탈의 신호탄이 된 노구교(盧溝橋) 사건 발생 77주년을 맞이해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역사를 부정·왜곡하거나 미화하려는 자는 누구든지 중국민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에 경고의 메시지를 날렸다.
'7·7사변'은 중국 노구교 인근에 주둔한 일본군이 1937년 7월 7일 밤 "중국이 사격을 가했다"는 이유를 들어 노구교 지역을 점령한 사건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본격적인 중·일전쟁이 촉발됐다.
시 주석은 이날 행사에서 20분간의 연설에서 일본 침략자들이 중국을 무력으로 집어삼키려는 사악한 야심으로 노구교 사건을 일으켰다며 이를 계기로 중화민족의 가장 위험한 시기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유감스럽지만 중국인민항일전쟁과 세계반파시스트 전쟁에서 승리한 지 근 70년이 지난 오늘날 여전히 몇몇 사람들이 명백한 역사적 사실과 전쟁 중 희생당한 수천만 명의 무고한 생명을 무시하며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시 주석은 "누구도 역사와 사실을 바꿀 수는 없다"며 "누구든 침략 역사를 부정, 왜곡하고 심지어 미화하려 한다면 중국인민과 각국 인민은 결코 이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7·7 사변' 기념행사에 국가주석이 직접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최근 과거사와 동중국해 영유권 갈등 등을 놓고 치열하게 대립하는 일본을 정면으로 겨냥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이날 '역사 비극은 절대 재연돼서는 안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정의와 사악은 절대 혼재해서는 안 되며 역사 비극의 재연은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며 7·7사변을 기념하는 것은 역사를 왜곡하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경고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사설은 ‘전쟁을 좋아하면 반드시 망한다’는 말이 있다며, 정의가 사악함을 물리치고 진보가 반동을 물리치고 광명이 어둠을 물리치는 게 진리이며 이를 위반하면 벌받을 것이고, 이를 존중한다면 앞날이 밝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들어 중국은 일본의 역사왜곡 행위에 대한 경고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 3일부터 '일본 전범 자백서 45편 연속 공개'를 통해 일본의 과거사 왜곡에 대한 압박공세를 펼치고 있다. 특히 6일엔 전범 사사키 노스케의 침략전쟁 당시 일본군이 중국인 부녀자를 성폭행했다는 내용이 담긴 자백서를 공개해 일제의 만행을 낱낱이 공개했다.
중국은 올해부터 '항일전쟁 승리기념일'(9월 3일)과 난징대학살 희생자 추모일(12월 13일)을 국가 차원의 기념·추모일로 지정해 기념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