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 수교 22주년을 맞은 한중 관계는 이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20년을 향한 전면적 전략협력 관계로 나아갈 기로에 서 있다.
1992년 양국 수교 당시 무역 총액은 64억달러에 불과했으나 2013년 2700억달러로 약 43배 증가했다. 연간 양국간 인적 교류도 1000만명 시대를 맞고 있다. 한중 양국은 서로에게 구동존이(求同存異) 지혜를 나누는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가 됐다.
이 같은 신뢰를 밑거름으로 양국 정부는 지난해 6월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 후 ‘미래비전 공동성명’에서 2008년 선언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내실화’하기로 합의했다.
시 주석이 전례 없이 북한보다 먼저 한국을 방문키로 결정한 것은 적지 않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취임 후 첫 방문지로 중국을 선택했으며, 두 정상은 그동안 네 차례나 만남을 가진 바 있다.
한중 정상은 이번 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를 동맹 직전의 단계인 ‘전면적 전략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한국과 미국 간의 ‘포괄적 전략동맹’까지는 미치지 못하지만 일반적 국가 간의 관계에서 최고 단계에 이르게 되는 셈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시 주석 방한에 언급, “한·미동맹을 최상으로 하면서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도 최대한 높인다”고 언급했다.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도 “한중FTA 이후에는 전면적이고 확대된 경제협력동반자로서의 관계를 지속해 갈 것”이라면서 “시 주석의 이번 방한이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전면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의미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두 정상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중 관계의 발전성과 평가 △향후 양국관계의 발전방향 △북한 핵문제 등 한반도 정세 △일본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인류 보편적인 인식에 기초한 공동대응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IIB)에 대한 협력△지역 및 국제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정상회담 핵심 의제 중 하나인 한중 자유무역협정(FTA)도 조속히 매듭 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이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이미 참여 의사를 표명한 만큼 시 주석은 한국과의 경협을 확대하기 위해 이번 방한기간 보다 적극적으로 FTA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시 주석은 세계 2위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華爲) 창업자인 런정페이(任正非) 회장과 중국 최대 인터넷 검색엔진 바이두(百度) 창업자인 리옌훙(李彦宏) 회장, TCL그룹 한팡밍(韓方明) 부회장 등을 비롯한 역대 최대 규모인 200여 명의 경제사절과 함께 방한해 대학 강연 등 친한 행보에 무게를 싣는 것도 한국과의 경제협력에 큰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양국의 경제적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킬 한중 FTA는 한국의 대중 무역수지 연간 35억 달러(관세 철폐율 99% 기준) 증가라는 경제적 유인 외 정치적 유대를 높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올 3월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린 헤이그에서 시 주석을 만나 “시 주석의 ‘개혁의 전면적 심화’ 정책과 한국 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잘 추진해 나가면서 양국이 협력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면 한국의 꿈과 중국의 꿈이 합해져 ‘동아시아의 꿈’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시 주석은 “작년 양국간 교역액이 2,742억 달러로 사상 최고 수준에 달했다”면서 “수준 높고 이익의 균형을 이루는 FTA를 체결하는 것이 양국의 이익에 부합하므로 협상과정을 더욱 가속화해 결실을 맺기를 희망한다”고 화답한 바 있다.
한중 양 정상은 또 최근 고노 담화 검증 결과를 발표하며 우경화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정부에 대한 ‘견제’와 ‘우려’의 메시지를 동시에 보낼 것으로 보인다.
한중 양국은 최근 안중근 의사 기념관 설립과 시안 광복군 표지석 제막식 등 각종 이벤트를 통해 과거사에 대한 공조를 직간접적으로 모색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