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중국 영향권 내에 편입된 검은 대륙

2014-06-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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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아프리카 순방기간에 에티오피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는 리커창 총리.[사진=신화사]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다. 환율의 부침과 국제자원가격의 부침에 우리나라 경제가 휘청거리는 모습을 우리는 자주 목격했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자원외교에 매달렸으며 지난 정권 내내 해외 자원개발에 혈안이 됐었다. 특히 최근 우리나라는 떠오르는 자원대륙인 아프리카에 집중적으로 문을 두드렸었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문은 좀처럼 우리에게 열리지 않았다.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들이 상대적으로 관심을 두지 않았던 지역이었기에 우리나라가 부푼 희망을 가졌었지만 좌절이 지속됐다. 현지진출에 나선 기업들이나 중개상들은 “수십년동안 아프리카에 공을 들여왔고, 최근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현지를 공략중인 중국의 벽에 가로막혀 우리는 번번이 좌절을 맛보기 일쑤였다”고 한탄한다. 이미 검은 대륙 아프리카는 중국의 영향권 안에 편입돼 있다고 봐도 무방한 상태다. 이는 지난 3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아프리카 순방, 지난 5월 리커창(李克强)총리의 아프리카 방문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그리고 그동안 중국이 아프리카에 얼마나 막대한 물량과 자산을 쏟아부었는지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좌절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1960년대부터 투자시작
중국과 아프리카의 교류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1800km 길이의 탄자니아-잠비아 열차노선 건설에 중국은 10년동안 10억위안 이상을 자금을 투입했다. 건설중에 66명의 중국인이 사고로 사망했다. 웨이젠궈(魏建國) 전 상무부 부부장은 "당시는 1달러가 1위안하던 시기였다. 전 인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수만명의 노동력을 아프리카에 내보냈다. 이 철도노선 건설로 인해 중국과 아프리카의 협력관계는 급물살을 탔다"고 회고한다.

이같은 지원으로 아프리카국가들은 중국의 UN가입, UN의 대만불간섭, 올림픽개최 등의 사안에서 중국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중국은 아프리카 지원을 통해 현지의 자원을 확보하는 한편, 국제사회에서 미국에 대항한 우군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지니고 있다. 실제 그동안 UN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은 중국을 위해 기꺼이 자신들의 한표를 행사해 왔다.

◆자원, 인프라개발 투자패키지

2004년에서 2010년까지 중국은 7곳의 국가를 대상으로 자원교환형 개발원조를 진행했다. 총액은 140억달러규모다. 석유대국인 앙골라에는 석유교환을 조건으로 하는 재건차관을 제공했다. 이 자금은 전쟁후 폐허가 된 앙골라의 국가재건에 소요됐으며 중국은 도로, 철도, 병원, 학교, 용수시설 건설을 도왔다. 니르비아 역시 중국으로부터 차관을 받았으며 중국은 천연가스발전소를 건설중이다. 콩고에는 석유상환조건의 차관을, 가나에서는 카카오상환조건의 차관을 제공했다.

이 밖에 나이지리아에 두곳, 이집트, 이디오피아, 모리셔스, 잠비아, 알제리 등에서 각각 한 곳씩의 무역경제특별구를 건설중이다. 경제특구는 아프리카국가들에게 취업과 신기술, 기초설비들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아프리카는 글로벌 자원공급처를 넘어서 세계경제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중국의 아프리카투자는 채광업에 29.2%, 제조업이 22%, 건축업이 15.8%, 금융업이 13.9% 등으로 분포돼 있다.

이 같은 중국의 성과에 대해 남아공의 주마 대통령은 "서방세계는 아프리카문제에 대해 중국을 공격해서는 안되며 스스로의 투자전략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일침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서방세계는 금융을 통해 아프리카를 지배하려고 했지만 중국은 그러지 않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2020년 무역액 4000억불 목표

중국과 아프리카간의 지난해 무역규모는 전년대비 5.9% 늘어난 2102억 달러를 기록했다. 수출액은 928억 달러였고, 수입액은 1174억 달러였다. 각각 전년대비 8.8%, 3.8% 증가했다. 중국은 아프리카무역액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아프리카와의 교역액을 오는 2020년까지 지금의 두 배에 달하는 4000억 달러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1990년만하더라도 중국과의 무역액이 GDP 5%를 넘는 아프리카국가들은 없었지만 지난해 5%이상을 기록한 국가들은 이미 20곳이 넘는다. 이와 함께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기업 수는 2000곳이 넘었으며, 진출기업의 업종 역시 제조업, 자원개발, 건설업 뿐만 아니라 농업, 금융업까지 확대됐다. 특히 식음료와 소매업 진출도 이뤄져 향후 아프리카 유통업에 대한 진출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2012년 6월말 기준으로 중국은 150억 달러의 직접투자를 포함, 모두 450억 달러를 투자했다.
 

지난 12일 중국을 방문한 드니 사수 응궤소 콩고공화국 대통령과 걸어가고 있는 시진핑 주석. [사진=신화사]



◆시진핑 “양측 협력은 23억인구의 복지문제”

중국의 아프리카 공들이기는 지도자들의 행보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시진핑 주석은 26일 적도 기니 수도 말라보에서 개최된 아프리카연합(AU) 제23차 정상회의 개최에 맞춰 보낸 축전에서 "중국과 아프리카의 우호협력은 23억 인구의 복지와 연관된 문제"라며 "양측간 협력은 개발도상국의 단결 협력 촉진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시 주석은 "국제정세가 어떻게 변하든지 간에 중국은 아프리카의 믿을 수 있는 친구이자 진정한 동반자가 될 것"이라면서 "현재 중-아프리카 협력은 역사상 유례없는 기회를 맞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아프리카가 스스로 단결해 일체화 프로세스를 추진하는 것을 지지한다"면서 "하나의 단결된 아프리카를 진심으로 보고 싶다"고 말했다.

◆”힘닿는 데까지 원조 늘릴 것” 약속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3월 탄자니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콩고 등 아프리카 3개국을 순방했다. 시 주석은 당시 콩고 의회연설을 통해 "힘닿는 데까지 아프리카에 대한 원조를 늘려나갈 것"이라며 "중국은 끊임없이 아프리카와 단결하고 상호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로는 도저히 집행하기 힘든 금액의 프로젝트들이 시 주석 발길이 닿는 곳마다 터져나왔다.

탄자니아에서는 2015년까지 아프리카 국가에 200억달러의 차관을 제공할 것과 아프리카 인재 3만명을 교육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탄자니아 바가모요항 종합개발 프로젝트에 100억 달러를 투자하는 양해각서를 맺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물류공기업인 트랜스넷에 50억달러의 차관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남아공 더반에서 개최된 브릭스-아프리카 대화포럼에서 아프리카와의 경제교류강화를 위해 저개발국 상품의 97%에 수입관세를 면제해주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은 콩고의 수도 브라자빌에서 대서양에 접한 경제 중심도시 푸앵트누아르에 이르는 약 500㎞의 고속도로 건설, 120㎿짜리 수력발전 댐 건설 등 통신·인프라·금융 등 11개 분야에서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협정을 체결했다.

◆리커창 300억불로 차관액 늘려

시 주석의 아프리카 순방 1년여 후인 지난달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에티오피아, 나이지리아, 앙골라, 케냐 등 4개국을 공식 방문하며 중국과 아프리카의 업그레이드된 경제협력 외교행보를 보여줬다. 리 총리 방문기간 중국은 아프리카에 대한 차관 액수를 기존의 200억 달러에서 300억 달러로 100억 달러 늘리기로 했다. 또한 중국은 아프리카 지역 발전을 위해 조성한 중국-아프리카의 발전기금을 기존의 30억 달러에서 50억 달러로 확대하고, 아프리카 국가의 야생동물 자원 보호를 위해 1000만 달러 규모의 무상원조를 제공하기로 했다.

리커창 총리의 ‘고속철 외교’도 빛을 발했다. 나이지리아에서 중국 철도건설공사가 131억2200만 달러 규모의 나이지리아 해안 철도 사업권을 따냈다. 또 중국은 아프리카에 고속철도연구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리 총리는 AU 본부 연설에서 '당신은 당신과 함께 웃었던 사람을 잊을 수 있으나, 당신과 함께 울었던 사람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라는 레바논 태생 시인 칼릴 지브란의 시구를 인용해 중국과 아프리카가 어려움을 함께 극복한 역사를 공유한 운명공동체임을 강조했다. 또 같은 마음으로 뜻을 합하면 모든 일에 성공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의 ‘동심합의 서기유성(同心合意 庶幾有成)’을 언급하며, 서로가 함께 발전의 신국면을 향해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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