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검찰에 따르면 A(42·여) 씨는 지난 3월 7일 저녁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11)을 혼내다가 화가 나자 집 밖으로 아들을 쫓아냈다. 집에 늦게 들어오고 말도 잘 안 듣는다는 이유였다. 폭언도 이어졌다.
1시간가량 문앞에 서 있던 아들을 본 이웃집 할머니가 보다 못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A씨는 화가 풀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경찰은 아들을 민간 보호기관에 인계한 뒤 A씨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아동학대법은 성적·신체적 폭력이 아니더라도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도 센 편이다.
경찰은 A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A씨를 처벌할지 고민에 빠졌다. 가뜩이나 울산과 경북 칠곡에서 벌어진 '계모 사건'으로 아동학대를 엄벌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진 터였다.
반면 계모도 아닌 A씨를 처벌해 얻을 실익이 별로 없는 점도 고려해야 했다. A씨는 검찰 조사에서 "훈육 방법이 잘못됐다"고 인정했다. 아들과 함께 민간 심리치료센터에 다니는 등 가정을 다시 잘 꾸리려고 노력하는 중이었다.
검찰은 사건을 지난 12일 검찰시민위원회에 회부해 의견을 물었다. 시민위원들은 A씨가 반성하고 있고 아들 역시 학교생활을 예전보다 잘하고 있다는 담임교사의 진술 등을 검토한 결과 처벌보다는 기소유예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서봉규 부장검사)는 시민위원들의 이런 결론을 받아들여 A씨를 기소유예 처분했다. 기소유예란 범죄혐의가 인정되더라도 범행 동기나 이후 정황 등을 감안해 기소하지 않는 처분을 말한다.
검찰은 A씨에게 가정법률상담소에서 상담을 받고 예술심리치료를 병행하라는 조건을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