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17일 발표한 ‘재정집행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제도적 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회 예결산특별위원회 2012년 결산 검토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된 573건 정부 사업 중 326건(57%)이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한 것으로 분류됐다.
예결위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과 결산을 심의하고 확정하기 위해 국회에 설치된 기관이다. 감사원 2012년 결산 검토보고서에서는 19건 정부사업이 비효율적 재정사업으로 지적됐다.
보고서에서는 집행단계에서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된 사업이 249건으로 가장 많았다. 예산을 애초 계획했던 대로 사용하지 않거나 효과적으로 쓰지 못한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비효율적 재정사업이 많은 부처는 국토교통부(45건), 국방부(28건), 보건복지부(22건) 등이다. 국토교통부와 보건복지부는 국책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예산 집행률이 부진하고 국방부는 해외파병사업·부대훈련 등의 명목으로 받은 예산을 집행하지 않거나 다른 사업으로 이전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에 감사원은 교육부(4건), 농림축산식품부(2건), 농촌진흥청(2건) 등에서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산뿐만 아니라 예산 검토보고서에도 각종 국책 건설사업과 자원개발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가 미진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예결위가 2013년 예산안에서 검토한 사업 412건 가운데 262건(64%)이 비효율적 재정사업으로 선정됐다. 산업통상자원부(21건)의 지적 건수가 가장 많았고 국토교통부(20건), 미래창조과학부(17건)가 뒤를 이었다.
이처럼 국회의 예·결산 검토 과정에서 예산 낭비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지만 재정사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은 미흡한 상황이다. 재정관리점검회의가 있기는 하지만 재정을 총량 중심으로 관리하는 데다 부진한 사업에 대한 일회성 대책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총량 중심에서 사업별로 예산 집행을 점검하는 체계를 마련하고 성과정보상황판을 만들어 집행 성과를 모니터링하기로 했으나 아직은 시범 단계다.
박노욱 조세연 성과관리센터장은 "예산 집행 단계에서 실시간으로 비효율이 발생하는 원인을 관리하고 점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실시간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고 예산 낭비 신고제도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처 간 중복사업을 없애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처럼 정부 차원에서 설정된 정책과제의 경우 여러 부처가 동시에 경쟁적으로 사업을 개발해 중복투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 센터장은 "중복투자가 일어나는 정확한 원인에 대한 분석 없이 국회, 감사원의 적발 위주로 관리가 진행되고 있다"며 "부처 실무자들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중복사업을 점검하고, 범정부적 사업은 따로 성과관리체계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