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올렸지만 실적 그대로, 식품업계 울상

2014-06-16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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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전운 기자 = 식품업체들의 가격 인상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값을 올렸지만 오히려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곳도 있어 ‘가격인상=불황 돌파’라는 공식이 무색할 정도다.

최근 1~2년 동안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두 배까지 가격을 올린 식품업체 입장에서는 여론의 질타만 맞은 채 '별 볼일 없는' 가격 인상을 한 셈이다.

특히 소비자에게 부담을 안기며 실적 개선에 나섰지만, 이렇다할 효과가 없어 다시 한 번 가격 인상을 노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 가격↑ = 판매량↓

정부의 강력한 서민물가 정책에 눌려있던 업체들은 MB정권 말기부터 가격을 올리기 시작했다. 서민물가 지표인 콩나물과 두부는 물론 과자, 음료수, 주류까지 줄줄이 가격이 인상됐다.

원가상승과 인건비 등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게 업체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가격 인상을 통한 실적 만회에 나섰던 이들은 제대로 된 효과를 아직 얻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리온은 지난 2012년 9월 3200원이던 초코파이 가격을 4000원(24.7%)으로 올렸다. 지난해 말에 20%를 인상해 소비자가격을 4800원에 맞췄다.

하지만 오리온의 영업이익은 2012년 619억원에서 2013년 474억원으로 감소했다. 올해 1분기도 13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저조한 상태다. 

오리온 제품 중 매출 1위인 파이류는 2012년 1만8264t이 팔렸다. 하지만 초코파이의 가격이 인상된 후 2013년에는 1만7856t으로 감소됐다. 지난 1분기도 4067t을 기록해 올해 전망도 그다지 좋지 않은 상황이다.

매출액 역시 2012년 1757억원에서 2013년 1629원으로 감소했다. 가격 인상이 이뤄지자 소비자들이 구매를 기피하거나 대체 상품을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가격 인상이 오히려 독이 된 경우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인상은 요즘같은 불경기에 소비자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 요인이다"며 "이는 제품 구매 기피, 구매 축소 등으로 이어져 질적 신장을 꾀하는 기업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가격을 인상하지 못한 롯데제과는 오리온의 가격 인상으로 반사이익을 누렸다. 롯데제과 초코파이의 지난해 판매량은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상승했다. 

◆ 원가 상승에 수익 개선 '글쎄'

원가부담으로 가격 인상 대열에 어쩔 수 없이 합류했지만 아무런 득을 보지 못한 곳도 많다. 대표적인 곳이 유업계다.

원유가격 연동제로 지난해 8월부터 원유가격은 1ℓ당 834원에서 940원으로 12.7% 가량 인상됐다. 원유 가격 상승으로 완제품 소비자 가격도 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서울우유,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주요 유업체들은 원가 상승을 감안, 1ℓ당 200원 가량의 가격을 인상했다. 인건비, 물류비 상승 등을 감안해 원유가격 상승분인 106원보다 100원원 가량을 추가 인상했다.

소비자단체는 이에 대해 '과도하다'고 지적했지만 사실상 실적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1.6~1.8%였던 서울우유의 영업이익률이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업체 관계자는 "소비자가격 인상이 업체들의 잇속 챙기기로 비춰지기도 하지만 사실상 원가부담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올리는 경우가 많다"며 "지난해는 전혀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답답할 뿐이다"고 말했다.

◆ 부대사업 부진에 실적은 마이너스 

2012년에 콩나물과 두부, 지난해 초에 고추장 등 주력 제품 가격을 올린 CJ제일제당의 영업실적은 오히려 마이너스로 나타났다.

가격이 올라 식품 부문은 실적이 개선됐지만 부대 사업인 바이오 분야의 실적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CJ제일제당의 영업이익은 30.8% 감소한 3466억원을 기록했다.

하이트진로 역시 지난 2012년에 주력 상품인 ‘참이슬’의 가격을 10% 가까이 올렸다. 하지만 맥주 사업 부진과 신제품 출시 등으로 인해 2012년 1671억원이던 영업이익이 2013년 1610억원으로 줄었다. 가격인상 효과를 제대로 얻지 못한 셈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부득이하게 가격을 올려야 하는 경우도 많다"며 "하지만 기업들은 주력 제품 가격을 올려 비주력 제품의 손실을 만회하는 전략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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