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월드컵 특수 … 글쎄?

2014-06-1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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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전운 기자 = 월드컵 특수가 실종됐다. 불황과 세월호 참사로 실적 악화를 겪고 있던 유통업계는 월드컵 특수로 반전을 꾀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 유통업계 매출이 20% 가량 뛰어오른 것과는 반대 양상이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월드컵 최대 수혜 업종인 편의점업계는 이번 월드컵 특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췄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주로 이른 새벽에 열리다보니 이전 월드컵 시즌에 비해 매출이 그리 크게 나타나지 않을 것을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3일 열린 개막전에서의 매출은 평소 때와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개막전인 평일 오전 5시에 개최됐기 때문이다. 대부분 중요 경기 일정이 새벽에 이뤄지다 보니 술과 안주류, 먹거리를 찾는 고객들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특히 한국대표팀의 경기는 평일 오전 4~7시에 이뤄지다 보니, 유통업계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 편의점 업체들의 매출이 17~22% 가량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당시 응원전 장소였던 서울광장, 코엑스, 올림픽광장, 수원월드컵경기장, 과천 경마공원, 광명 돔구장, 해운대해수욕장 등 인근에 위치한 편의점 CU(씨유)의 60여개 점포 매출은 4.5배 증가했다.

특히 거리응원전이 펼쳐진 18시부터 24시까지의 매출은 무려 21배나 급증했다.

남아공 월드컵 당시 한국대표팀의 경기는 대부분 오후 8시30분었다.

이러한 상황은 프렌차이즈 치킨 업체도 마찬가지다. 월드컵을 기념해 ‘몬스터 치킨’을 선보인 BBQ는 이달 치킨 공급 물량을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5~20% 정도 늘렸다.

하지만 이는 남아공 월드컵 당시 일 매출이 최대 90% 이상 신장했던 점을 감안하면 적은 물량이다. 4년 전 오전 3시30분에 열렸던 한국-나이지리아전 당시 매출은 20% 늘어나는 데 그쳐, 이번 월드컵 기간에도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그나마 BBQ를 제외하면 나머지 치킨 업체들은 이렇다 할 판촉 전략도 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남아공 월드컵 당시 판매량이 50%나 치솟았던 맥주업계도 울상을 짓고 있다.

맥주업계는 브라질 월드컵 캐릭터가 새겨진 한정판 제품을 출시하고 TV광고를 집중하는 등 월드컵 마케팅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특수를 기대하기엔 역부족이란 게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하이트맥주는 브라질 월드컵 시즌인 6월 한달간 맥주 판매량이 전년동기와 비슷한 750만상자(1상자 500㎖ 20병)에 그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오비맥주도 판매목표를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잡았다.

주류업계는 오히려 판매량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까지 하고 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새벽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 전날 음주를 자제하면서 판매량이 하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월드컵 특수는커녕, 새벽 시간대에 이뤄진 경기로 오히려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세월호 참사 여파에 월드컵 특수까지 실종돼 유통업계 관계자들이 한숨만 내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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