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중견기업은 2011년 산업발전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명확한 정의조차 모호했다.
여전히 중견기업은 '중소기업에서 벗어난 기업인 동시에 자산 5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집단에 소속되지 않는 기업' 정도의 의미로 통용된다. 중견기업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중견기업정책국 조차 중소기업청 소속이다. 그만큼 포지셔닝이 애매하단 뜻이다.
그럼에도 중견기업은 현 정부 출범 후 중소기업 못지 않은 기대와 관심을 받으며, 성장세를 이어왔다.
지난해 말 발표된 '2014 중견기업 현황'에 따르면 국내 전체 중견기업 수는 2505개로 전년 대비 76% 넘게 늘었다. 이들 기업의 평균 매출액은 2279억원, 매출총액은 560조원에 달한다.
자연히 높아진 위상에 걸맞는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지금까지 중견기업계는 중소기업의 '손톱 및 가시'에 대응되는 경영애로사항인 '신발 속 돌맹이' 제거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안정경영' 등 각 이슈별 문제제기로 여론의 관심도 모았다.
하지만 확실한 방향설정과 구심점 부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올 들어 업계가 집중적으로 추진해 온 사업과제는 글로벌 전문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역량강화, 가업승계와 M&A 등 중견기업 성장지원 강화 등으로 요약된다.
다만 확실한 결과물이 없다.
업계 역량강화를 위해 중소-중견기업 파트너쉽을 통한 기술경쟁력 제고와 인력양성 등 다양한 방안이 시도되고 있지만 관련 법률 제정이나 여론몰이에 성공한 경우는 거의 없다.
관심도가 가장 높은 가업상속제도 확대에 대해서도 올 초부터 야당 등 정치권에 지속적으로 필요성을 제기해 왔지만 여전히 확실한 답변은 듣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더불어 증여세 과세특례 지원 확대 등 보다 원활한 가업승계의 필요성도 역설하고 있지만 얼마나 큰 공감대를 얻어낼지는 미지수다.
특히 최근 가장 뜨거운 관심사인 적합업종 관련 문제에 대해서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올 초 강호갑 중견련 회장은 2월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발표에 반발, 동반위를 항의 방문한 바 있다. 하지만 사실상 '대기업의 승리'라고 평가받은 동반위의 이번 적합업종 제도 재합의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는 그 어떤 입장 표명도 없었다.
중견기업 특성 상 업체별로 적합업종 제도에 대한 인식이 다를 수는 있지만,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에 대은 대체로 아쉽다는 반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견기업은 중소기업과 더불어 앞으로 더 많은 역할수행을 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현재로서는 영향력도 대표성도 부족하다. 하나된 목소리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