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희의 내면연기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영화가 지난 4일 개봉했다. ‘아저씨’를 연출한 이정범 감독의 ‘우는 남자’(제작 다이스필름, 펀치볼)를 통해서다.
김민희는 낯선 미국에 홀로 남겨진 냉혹한 킬러 곤(장동건)에게 딸을 잃고 슬픔에 잠긴 최모경 역을 맡았다. 회사에서는 웃으며 자신이 맡은 일에 충실하던 최모경은 딸의 흔적에 폭포수처럼 눈물을 흘린다. 승진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딸이 부르던 노래를 먹먹한 감정을 담아 부른다.
“아무래도 깊은 감정을 표현해야했으니까요. 그리고 그 감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쭉 가지고 가야하는 부분이 힘들었죠. 억누르면서도 솔직한 감정을 보여야 하는 느낌이요. 제일 잘하고 싶었던 부분이기도 했어요.”
감정연기뿐만 아니라 액션까지도 소화해야했다. 범죄조직의 악랄한 2인자 변실장(김희원)으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장면은 아찔했다. 실제로 벽에 던져지기도 했다.
자연스레 장동건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책을 받는 순간 ‘우는 남자’의 곤은 장동건이란 배우를 떠올렸다”며 “직접적으로 붙는 신이 하나밖에 안 돼 아쉬웠다. 완성된 영화를 보니 고생하신 게 보이더라”고 덧붙였다.
김민희의 연기 중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모경이 딸의 유치원 학예회 모습이 담긴 DVD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다. 딸을 잃은 엄마의 심정이 스크린 너머로 전해졌다.
“그 장면이 모경에게 있어서 가장 솔직한 장면이었죠. 오랜만에 집에 들어갔는데 DVD를 발견했지만 사실 아이를 떠올리지 않으려고 일부러 피하고 있었던 거였거든요. 그러다 영상을 보고 감정을 폭발시켜야하는 장면이었는데 아무래도 감정표현이 힘들었죠. 힘들걸 알면서도 저 스스로 선택한 시나리오니까 더 잘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더 긴장했죠. 그런 긴장감이 도움이 됐고요.”
미혼으로 엄마의 감정을 표현하기에 어렵지는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을 시작했다. “내가 직접 겪은 일이 아니지만 영화를 보다 눈물을 흘리거나, 노래를 듣고 울 수 있는 것처럼 제가 모경의 아픔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진심으로 연기하면 통한다고 생각했다”며 “생각해보면 ‘화차’의 강선영도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을 연기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민희는 칭찬받아 마땅한 연기를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