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부터 시행되는 '거래상황기록부 주간보고'에 따른 주유소 업계와의 갈등을 비롯해 '저탄소차 협력금제도'를 두고 환경부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합세해 강조하던 규제 개혁이 정작 해당 업계의 이해관계를 반영하지 못해 반발을 불러일으킴은 물론, 정부부처 간 밥그릇 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형국이다.
10일 산업부에 따르면 거래상황기록부 주간보고를 내달 1일부터 시작하기로 했으나, 주유소 업계의 극심한 반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산업부는 거래상황기록부 주간보도를 통해 정부가 지하경제 1호로 지목한 '가짜석유'를 근절하겠다는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해당 업계에서는 규제 개혁이라는 명목하에 규제 강화라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
산업부로서는 석유제품별 세금차로 인해 부당이득이 발생하는 것이 가짜석유 유통의 주된 원인으로 꼽고 있다. 특히 최근 경유가격 급등에 따르 유종간 가격차이가 석유제품에 부과되는 유류세에 기인한다고 판단, 월간으로 보고되는 거래상황기록부를 주간단위로 변경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주유소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정부의 거래상황기록부 주간보고 변경을 알지 못하는 주유소가 44.5%에 달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또 '산피아(산업부 마피아)'를 위한 한국석유관리원의 몸집을 불리기 위한 규제 강화 정책이 아니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내년 1월 1일부터 도입되는 저탄소차 협력금제도에 있어서도 환경부와의 이견차로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해당 업계는 이 제도가 이산화탄소 저감효과가 없으며 비효과적인 환경 규제일 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저탄소차 협력금제도란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자동차 구매자에게는 보조금을 지급하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부담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말한다.
산업부는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부과금 폭탄에 자동차 산업이 크게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제도를 앞서 시행하고 있는 프랑스에서조차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명확하게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환경부는 당초 목표 온실가스 배출 감축량을 달성함은 물론, 친환경차 판매 증가로 자동차 업계의 생산액과 고용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첨예하고 엇갈리고 있는 부처 간 입장에 제도의 도입 여부가 불투명해졌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정부가 환경 규제에 있어 되려 강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주력인 쌍용차의 경우 저탄소차 협력금제도 도입 시 당사 전 차종에 부담금이 부과돼 내수 판매량의 60% 이상이 감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결국 경영 악화로 이어져 기업 생존에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규제를 완화한다고 했지만 실상은 되려 강화하고 있는 꼴"이라며 "제도 도입 시행에 앞서 관련 업계의 이해를 충분히 반영하고, 부처 간 기싸움에 혈세가 낭비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산업부는 1200건의 규제 중 안전이나 국제협약 이행 관련 규제를 제외한 800여건의 규제를 중점 검토 대상으로 선정한 상태다. 유형별로는 △사업진입 관련 규제 △행정적 의무부과 규제 △준수할 기준 설정 규제 △각종 지정 관련 규제 등이다.
산업부는 허가·등록·인가 등 사업진입 규제는 시장환경 변화나 정책 목적이 달성된 경우 해당 규제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신고·보고·조사 등 기업 부담을 주는 행정적 의무부과 사항은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원점에서 다시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