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서는 평가법인인 감정원의 위상 강화에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한남 더 힐을 계기로 산하 공기업인 감정원 밀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여기에 한남 더 힐 세입자들까지 감정평가 타당성 조사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남 더 힐’ 감정평가, 모두 ‘부적정’ 판정
국토교통부는 감정원에게 한남 더 힐 민간 임대 감정평가 타당성조사를 의뢰해 적정성 여부를 검토한 결과 세입자와 시행사 양측 감정평가서가 모두 ‘부적정’으로 판정됐다고 2일 밝혔다.
타당성 조사 결과 모든 법인은 주된 평가방법으로 거래사례비교법을 택했지만 사례선정·시점수정·품등비교 등이 대부분 미흡해 평가액이 적정가격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감정원이 제시한 이 아파트 적정가격 수준은 1조6800억~1조9800억원이다. 공급면적 332㎡(36가구)의 경우 감정원은 3.3㎡당 적정가격으로 4600만~6000만원을 제시했다. 세입자는 3.3㎡당 2904만원, 시행사는 7944만원으로 매겼다.
국토부는 타당성조사 결과가 부적정으로 판정됨에 따라 법인을 포함한 해당 감정평가사에 대해 이달 중 감정평가사징계위원회 심의·의결 등을 거쳐 징계 처분할 계획이다. 감정평가사의 경우 자격등록의 취소 또는 최대 2년 업무정지, 견책을 받거나 감정평가법인은 업무정지, 과징금 등의 징계가 있다. 또 이달 중 감정평가협회에 업무 감사를 실시하고 대규모 일반평가에 대한 구체 평가기준을 마련키로 했다. 윤리교육 강화 및 감정평가서와 관련서류 감정평가정보체계 등록 의무화도 추진한다.
◆감정원 공적기능 강화, 협회 제3기관 설립 대응
타당성 조사 결과 해당 아파트 감정평가에 참여한 4개 법인이 모두 부적정 평가를 받자 감정평가 업계는 침통한 분위기다.
감정평가사 모임인 한국감정평가협회 서동기 회장은 “물의가 빚어진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에게 대단히 죄송하다”며 “협회 차원에서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사전심사 시스템 정비 △윤리규정 강화 △감정평가 의뢰시스템 개편 △민간아파트 분양전환 평가 사전심사 시스템 추가 △윤리규정 구체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단 감정원이 앞으로 감정평가 업무 및 타당성 조사를 함께 수행하게 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국토부는 감정평가 선진화 방안을 통해 감정원에 타당성 조사 등 업계 관리·감독 기능을 이양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일부 감정평가 업무도 맡고 있어 공공성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게 협회 논리다.
이에 대해 국토부와 감정원은 향후 감정평가 업무를 모두 이관해 공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국토부 유병권 토지정책관은 “현재는 과도기인 상태로 감정평가 업무와 타당성 조사를 맡지만 앞으로는 감정원이 모든 감정평가 업무에서 손을 떼게 될 것”이라며 “감정원이 감정평가가 문제를 일으켰다면 국토부 감사 등을 통한 제3의 방식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협회는 감정평가 금융감독원과 같은 독립된 제3의 관리·감독기관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유 토지정책관은 이에 대해 “현재 감정원이 가지고 있는 평가 기능을 넘기고 신뢰 확보 등 목적을 가진 준 공공형 공기업으로 육성할 예정”이라며 “이노근·강석호·박기춘 국회의원이 발제한 관련 법 개정을 통해 감정평가 선진화 방향이 결정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