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현의 E끌림] 러브라인 넘쳐나는 예능, 진정한 재미 잃다

2014-06-03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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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 '런닝맨', MBC '아빠 어디가',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SBS '룸메이트' 홈페이지]
아주경제 최승현 기자 = 주말 저녁을 책임지는 예능프로그램은 지금 러브라인으로 설렘투성이다.

SBS '런닝맨'에서 송지효와 개리는 '월요커플'이라는 타이틀로 맹활약 중이다. 커플이라는 특성을 이용해 유재석, 김종국 등 다른 '나홀로' 출연진과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얼마 전 KBS2 '1박2일'에서도 김주혁과 김슬기의 러브라인이 그려졌다. 일반적 스타들의 만남과 달리 일반인과 스타의 만남으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 러브라인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너무 많은 예능에서 러브라인 형성에 힘을 쓰다 보니, 때때로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에 눈살이 찌푸려진다. 재미는 있지만, 자연스럽지 않다는 게 그 이유다. 그야말로 '러브라인 농사'로 보일 지경이다.

최근 방송을 시작한 SBS '룸메이트'도 러브라인 형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친남매처럼 티격태격하는 박민우와 송가연이 어깨동무한 것을 두고 제작진은 스킨십에 관한 인터뷰를 시도하는 등 억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또 조세호가 곱창을 좋아한다는 나나에게 함께 먹으러 가자 했을 때, 나나가 조세호에게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다. 오빠가 나를 대하는 것에 따라 난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하자 갑자기 '썸' 노래가 흘러 나왔다. 이도 모자라 은근히 커플 분위기를 내는 듯한 영상이 예고되기도 했다.

물론 여러 명의 멤버가 한 공간에 모인 예능의 특성상 다양한 러브라인이 생길 수 있지만, 남녀만 등장했다 하면 러브라인으로 몰고 가는 흐름은 분명 과하다. 예능의 기능을 웃음 제조로만 잡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다루는 '관찰 예능' 속에서 일상적 웃음과 흥미를 이끌어내려는 시도였다고 해도 과도한 러브라인 생성은 자연스러운 몰입에 방해만 될 뿐이다.

심지어 러브라인이 아이들에게까지 옮겨졌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MBC '아빠 어디가'는 시즌1에서 아이들의 러브라인으로 인기를 얻자, 시즌2에서도 송지아와 새 멤버 임찬형을 엮는 연출을 보였다.

동시간대 방송되고 있는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도 지지 않고 아이들의 러브라인을 방송에 드러냈다. 추사랑과 그의 친구 유토의 알콩달콩 이야기는 뽀뽀하는 장면까지 이르렀고, 새로운 '경쟁녀'의 등장으로 삼각관계를 형성하기도 했다.

물론 러브라인은 예능프로그램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하지만 억지 러브라인으로 어떻게든 시청률을 올려보겠다는 것은 '관찰' 예능에 어긋나는 인위적 조미료로 거부감만 부른다. 러브라인에 주력하기보다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밝혔던 개성과 차별화 전략에 초점을 맞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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