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태구·박재홍·강정숙 기자 = 중국 충칭에 건설할 계획인 현대자동차가 제4공장의 착공이 계속 늦어지면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 총괄사장까지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이렇다 할 결과물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차로서는 무엇보다 4공장 건설이 시급하지만 중국 정부의 여유로운 태도에 정 회장을 비롯한 현대차 관계자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 최성기 사장, 왕이 부장 만나 도움 요청
최 사장은 지난 27일 주한 중국대사관에서 개최된 중국 우호인사 초청행사에 참석해 방한 중인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중국 4공장 건설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날 최 사장은 왕 부장에게 "충칭이 (현대차 4공장 부지로) 더 좋지 않으냐”며 충칭에 4공장을 건설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대해 왕 부장은 “현대차 입장에서 중국을 바라 볼 때는 글로벌 시장 차원으로 접근하지만, 중국에서는 지역적 차원에서 바라보고 있다”며 "(충칭시에 4공장을 건설하려는) 현대차의 입장은 이해한다”며 "그곳(충칭)은 굉장히 발전된 지역이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충칭도 좋고 허베이성도 좋다”며 확실한 답변을 피했다.
이는 중국 중앙정부가 현대차가 원하는 충칭이 아닌 허베이성(하북성) 지역에 공장 건설을 원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중앙정부는 이미 발전된 충칭보다는 지역 균형발전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허베이성 지역에 현대차의 4공장이 지어지길 바라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최근 허베이성을 중심으로 한 베이징이나 톈진(천진) 지역 개발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며 “기존에 제철소나 발전소 등 노후된 시설이 많은 허베이성 지역을 발전시키는데 현대차의 4공장 유치가 적격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입장이 난처한 곳은 현대차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중국 시장 내 점유율 확대 측면에서 서부 진출이라는 메리트와 여러 인프라가 받쳐주는 충칭시가 훨씬 유리한 상황이다. 결국 이날 최 사장으로서는 왕 부장으로부터 현대차와 중국 중앙 정부 측 입장차이만 재확인한 셈이다.
◆ 충칭공장 외 베이징 주변 추가공장 요구?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에서 현대차 4공장의 충칭 건설을 허가해 주는 대신 허베이성 등 제3의 지역에 추가로 공장 건설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예컨대, 충칭에 기존 계획보다 작은 규모의 공장을 건설하고 허베이성 등 타 지역에 추가 공장 증설을 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충칭을 얻고 싶으면 다른 선물 보따리도 내놓으라는 으름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현대차와 현재 베이징 순의구(順義區)에 있는 현대차 공장의 증설과 친환경 공장 건설에 대해서 추가로 논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최근 베이징 당국은 노후한 공장들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으로 몸살을 겪으며 공기 오염을 줄이기 위해 베이징 내 주요 기업을 포함한 공장들에 대해 올해 안으로 이전 명령을 내린 상황이다. 베이징 당국의 이같은 조치에 중국 중앙정부는 현대차가 친환경 공장을 허베이성에 건설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중국 소식통은 "현대차의 중국 내 합작사인 베이징기차는 사실상 현대차 중국 4공장에 대해 손을 놓은 것이나 다름없다"며 "정 회장의 방중에도 외면했던 베이징기차로서는 중국 정부가 하라는대로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손해를 입는 것은 결국 현대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