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예지 기자 = 천송이(전지현)의 말을 빌리자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가 남긴 기록은 '어마무시'하다.
김수현의 등장으로 마비된 공항 사진이나 언론을 통해 증명되고 있는 치맥(치킨과 맥주) 열풍은 차치하더라도, VOD 37억 뷰(View) 돌파나 영화 리메이크 등 인기를 확인시키는 소식이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다. '별그대'가 중국에서 한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에 대해 더이상 이견은 없다.
중국 한류를 들여다보자면 약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수종, 최진실 주연의 드라마 '질투'(1992·국내 방송 기준·이하 동일)가 한국 드라마 최초로 1993년에 중국에서 반영된 게 시발이었다. 이후 '사랑이 뭐길래'(1991), '별은 내 가슴에'(1997), '인어아가씨'(2002) 등의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중국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중국인들의 관심이 일시적 호기심에서 끝나지 않고 지속되면서 '가을동화'(2000), '겨울연가'(2002), '대장금'(2003)까지 성공을 거뒀다.
최민수, 하희라 주연의 '사랑이 뭐길래'는 이례적 기록을 남겼다. 외국 드라마 사상 시청률 1위를 기록했고 중국 최고 방송사인 CCTV에서 두 번이나 방송되면서 중국 내 한류 바람의 기원이 됐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별은 내 가슴에'는 2000년 중국 펑황위성TV로 수출돼 방송되는 동안 최고 5.8%(중국 시청률 조사기관 수어푸루이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주연 배우였던 안재욱과 최진실은 1세대 한류 스타 지목되면서 이민호, 김수현으로 이어진 한류의 선두주자가 됐다.
중국 한류가 도약기에 본격적으로 접어든 것은 '시크릿 가든'(2010)부터다. 온 국민을 '현빈 앓이'에 빠뜨렸던 '시크릿 가든'은 중국 내에서도 '한국 드라마의 질적 성장을 꾀한 작품'이라는 호평과 함께 큰 인기를 누렸다. 비슷한 시기에 현빈이 탕웨이와 함께 영화 '만추'(감독 김태용)에 출연하면서 한류는 더 크게 번졌다.
인기를 등에 업은 '시크릿 가든'은 '비밀화원'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동한량, 담위위, 좌암 등 중국 배우가 출연했고, 윤상현이 연기한 오스카를 강타가 맡으면서 힘을 보탰다. 영화 '아바타'와 '반지의 제왕'의 미술과 특수효과를 담당했던 할리우드 제작사가 제작에 가담하면서 '시크릿 가든' 특유의 판타지 효과를 높이기도 했다.
'질투'로 첫 걸음을 뗀 중국 한류가 '사랑이 뭐길래'와 '대장금', '시크릿 가든'을 거쳐 '상속자들'(2013)에 이어 '별그대'(2014)에 이르면서 정점을 찍었다.
일각에서는 이전의 작품이 누렸던 인기에 비하면 '별그대'의 인기는 조족지혈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과거 중국 내 한류는 최근처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파되고 수치로 정확히 집계될 수 없었을 뿐 '별그대'를 능가했다는 의견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현재 중국 내 '별그대'의 인기가 높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어디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지금 그 인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별은 내 가슴에'의 인기가 10년 동안 식지 않았던 것과 같이 열기를 이어가자면 더 많은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