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A(20)씨가 "입원비와 장해보험금을 달라"며 현대해상화재보험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보험사의 면책을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13세 때 소이증(小耳症·작은 귀 증세) 치료를 위해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수술 후 목이 일정 각도 이상으로 움직이지 않는 장해가 생겨 A씨 측은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병원의 책임이 60% 인정됐다.
A씨 측은 보험사에도 비용 지급을 요청했지만 보험사는 "의료사고로 인한 신체 손상은 상해보험에서 담보하는 상해가 아니고 계약에도 외과적 수술로 인한 상해는 보장하지 않는다는 면책조항이 있다"며 거절했다.
1심은 "이 사건 면책조항은 의료행위로 인한 위험성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외과적 수술이나 그 밖의 의료처치를 모두 면책사유로 규정해 원고 입장에선 보험사의 설명을 듣지 않고는 이를 제대로 알 수 없다"며 A씨 측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은 "별도의 설명 없이도 보험계약자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이라며 보험사의 입장을 옹호했지만 대법원은 1심 결론이 옳다고 봤다.
재판부는 "특정 질병 등을 치료하기 위한 외과적 수술 과정에서 의료 과실이 개입돼 손해가 발생한 경우 이를 보상하지 않는다는 것은 일반인이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해당 면책조항은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므로 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는 이유로 보험사에 명시·설명 의무가 없다고 한 원심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