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시 축소... 현대판 음서제로 변질 우려

2014-05-26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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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배군득·김정우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관피아(관료+마피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행정고시 축소를 검토하자 현대판 음서제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더군다나 능력 있는 민간전문가들이 낮은 처우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으로 지원할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행시 축소가 최선의 대안이 아니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당장 내년부터 행시 선발규모가 줄어드는 만큼 이 같은 폐단을 막기 위한 정부 대책마련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26일 안전행정부와 정부부처에 따르면 현재 5급 공무원 채용 제도는 5급 공채와 5급 민간 경력자 일괄 채용 시험으로 분류된다. 현재 소위 행시로 불리는 5급 공채와 민간경력자 채용은 8 대 2 수준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이같은 비율을 축소해 2017년에는 5급 공무원 채용비율이 공채와 민간경력채용을 5대5로 맞춘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민간경력자 채용이 확대될 경우 자칫 정부와 민간이 또 다른 유착관계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질 수 있다는 과제를 떠안게 된다.

앞서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10년에도 고시 중심 채용방식을 탈피해 채용경로를 다양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5급 공채 축소를 추진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2015년이 되면 5급 공무원 채용인원 중 절반을 민간 전문가로 채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딸이 외교부 5급 특채로 임용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무원 특채는 ‘현대판 음서제도’라는 비판을 받으며 흐지부지 끝났다.

특채로 임용된 유 전 장관의 딸은 일과에 충실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상의 비효율만 초래한 셈이다.

최순영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책임성을 확보하는 성과관리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직위에 대해서는 직무책임을 물을 수 일도록 직무수행표를 명확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민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처우가 낮아 적합한 인재가 지원할지도 미지수다. 현재 민간경력자 지원을 위해선 10년 이상의 관련 직무 경험과 박사학위 또는 관련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부처에서는 이들을 채용할 경우 경력을 전부 인정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최 연구위원은 “전문가를 공직 내부에 많이 포섭하기 위해선 보상체계와 성과관리가 명확해야 한다”며 “책임성이나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성 등을 고려해서 보상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선발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했던 행시가 축소되면 이른바 화려한 ‘스펙’을 지닌 사람들만 공직에 진출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민간전문가 채용에는 학위, 자격증, 경력과 같은 응시요건 제한을 두는 만큼 스펙이 부족한 이들은 지원자체가 불가능하다.

사무관급 이하 공무원들은 행시로 인해 경직된 공직사회의 변화를 위해서는 현재 행시와 민간인 비율을 늘려야 한다는데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민간 경력자들이 공무원 조직사회에 쉽게 녹아들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행시 제도 개편 이전에 공무원 조직 문화, 분위기, 시스템 등을 우선적으로 손 봐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행시와 민간경력자 출신 사이의 시각적인 차이를 좁히기 위한 선제적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서도 행시 제도를 개편하려는 의지가 있었지만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그만큼 행시 제도 개편은 상당히 복잡한 부분”이라며 “공무원 사회가 민간인을 받아들이 못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경력자 스스로 공무원 사회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무원과 민간기업의 시스템이 전혀 틀리다. 자신의 분야만 파고드는 민간기업과 같이 생각하면 곤란하다”며 “공무원 조직을 직급분류제로 바꾸는 등 사전 작업을 거친 후 행시제도 축소를 해도 늦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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