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중요한 한 축인 수출 마저 하락세로 돌아설 기미를 보이고 있고 대외경쟁력도 줄곧 하락하고 있어 정부 관계자들은 이래저래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21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국제무역과 국제투자에서 지난해보다 순위가 떨어졌다. 강점으로 받아들여진 외교력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전체 순위도 26위로 전년보다 4단계 하락했다.
여기에는 세계 10위권(14위)을 넘볼 정도로 성장한 국제무역이 순식간에 34위로 밀려난 부분이 전체 순위 하락에 간접적인 영향을 줬다는 게 기재부의 분석이다. 국제투자는 34위에서 35위로 내려앉았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수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내수 활성화를 추진했지만 명확한 정책과 의지 없이 애매한 자세로 일관하다 잘 나가는 수출까지 타격을 입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수출은 지난해 역시 흑자를 기록하며 여전히 한국경제의 중심축으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지난해 전체 수출액은 사상 최고인 5597억달러를 달성했다. 하지만 속내를 보면 마냥 좋아만 할 수는 없다.
지난해 벤처기업 수출액은 152억4700만 달러로 전년보다 13.9% 하락했다. 2년째 감소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해마다 벤처기업 수는 늘고 있지만 실제로 해외진입 장벽을 뚫고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해외 진출에 실패한 벤처기업은 출혈경쟁이 심한 내수시장에서 생존경쟁을 펼치고 있다. 작년 벤처기업 수가 급격히 늘면서 ‘제2의 벤처르네상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기업 수는 많아졌지만 좁은 내수시장에서 경쟁자만 늘어난 셈이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2010년 5월 2만개를 돌파한 벤처기업이 2011년 말 2만6148개, 2012년 말 2만8193개, 2013년 말 2만9135개로 3만개에 육박했다.
그렇다고 내수 중심의 소규모 벤처기업이 정부가 원하는 내수 활성화에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다. 정부가 수출과 내수를 동시에 잡기 위해 지난해 벤처육성 정책을 내놨지만 수만 늘어났을 뿐 경제적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다.
내수시장은 세월호 사고 이후 체감경기가 뚝 떨어졌다. 정부가 여러 가지 대안을 내놓으며 민생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지만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수 정책도 중요하지만 강점이던 해외무역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 부분을 더 우려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 베트남 등 개발도상국의 수출이 높아질 경우 해외무역의 10위권 진입이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국제무역연구원 오세환 수석연구원은 “우리 수출의 안정적인 성장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글로벌 리스크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며 “신규시장 개척, 자유무역협정(FTA) 활용 제고 노력과 더불어 기술 및 신제품 개발 등 장기적인 수출 경쟁력을 강화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