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전문성이 결여된 채 부처 명칭만 바꾸고 대형사고 발생시 충분한 검증 단계를 거치지 않은 부처 급조 등과 같은 땜질식 처방이 이뤄진다면 결국 대국민 서비스는 후퇴할 수 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9일 세월호 사고로 인한 후속 조치로 6월 중 정부조직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언급하면서 잦은 조직개편으로 인한 후유증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취임 후 곧바로 정부조직을 개편했다. 당시 신설된 안전행정부, 미래창조과학부, 해양수산부, 식품의약안전처 등이 박근혜 정부 조직 변화의 핵심으로 꼽힌다.
미래부의 이 같은 문제점은 출범 1년이 지난 시점에도 고쳐지지 않으며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의 한 축으로 불리는 ‘창조경제’는 여전히 의미가 모호한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안전행정부와 해양수산부는 이번 세월호 사고에서 초기 대응 미비 등으로 뭇매를 맞았다. 국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안행부는 매뉴얼조차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며 공무원의 무능함을 드러낸 전형으로 꼽히고 있다. 사전에 충분한 검증단계를 거치고 않고 정부조직를 급조하는 바람에 전문성이 부족한 공무원들이 태생할 수 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이처럼 정부가 국가적인 사고와 위기가 발생하면 분위기 반전카드로 조직개편을 꺼내들자 국민 불안감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정확한 진상조사나 충분한 판단 없이 부처 명칭만 바꿔서 분위기를 쇄신하겠다는 방식 자체가 즉흥적이고 단기적 처방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미국은 9·11 테러 당시 20개월에 걸쳐 테러 원인과 문제점, 향후 방향성 등 철저한 진상조사를 거쳐 국토안보부 1개를 신설하는데 그쳤다.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 입맛에 맞게 개편을 하는 한국 정부와 다른 모습이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국가안전처 역시 ‘중복 사각지대’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또 다른 절대 권력을 보유한 부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들도 정부의 잦은 조직개편이 효율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가 높다. 이들은 근본적인 하드웨어(조직개편)을 바꾸기보다 국민에게 필요한 소프트웨어(리더십, 문화, 전문성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고계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은 “재난구조 업무의 국가안전처 일원화는 신중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데 그것 없이 즉흥적으로 정해진 경향이 있다”며 “또 국가안전처를 총리실 산하 기구로 둘 때 제기될 실효성 문제, 해양경찰청을 해체하고 경찰청에 넘길 때 드러날 수 있는 전문성 문제 등을 간과했다”고 진단했다.
자영업에 종사하는 조진한(41)씨는 “해경을 해체하고 국가안전처를 신설한다는 극단적인 해결책이 나왔다고 해서 국민이 안전해졌다고 느끼는 것은 아니다”라며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정부가 계속 진정성 있는 노력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