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1일 상하이(上海)에서 열리는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 정상회의(이하 아시아신뢰회의)에 참석에 앞서 중국 언론들과 가진 공동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나날이 가까워지는 중국과 러시아간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20일 방중하는 푸틴 대통령은 1박2일간 방중기간 중·러 해상 군사훈련 개막식, 아시아신뢰회의에 참석하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연례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갖는다.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국으로부터 고립되고, 중국이 남중국해 영토 분쟁을 둘러싸고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간 밀착 행보에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훈련은 중국이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빚는 동중국해 북부 해역에서 20~27일까지 진행된다. 훈련에는 양국의 함정 14척, 잠수정 2척, 고정익 헬기 9대, 함재 헬기 6대 등 장비와 2개 특전부대가 참가한다. 러시아 측은 바랴크호를 필두로 한 태평양함대 소속 함정 6척, 함재 헬기 2대, 1개 특전부대 등을 파견했다.
이는 중국이 동중국해 일대 통제력을 한층 강화하기 위한 훈련으로 풀이됐다. 특히 양국 정상이 합동군사훈련에 동시 참석하는 것은 무척 이례적인 일로, 양국의 군사안보적 '밀착 행보'를 대내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한 의도가 깔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어 푸틴 대통령은 중국이 의장국으로서 처음 개최하는 아시아신뢰회의에 참석한다. 역대 최고 격식의 최대 규모로 열리는 이번 아시아 신뢰회의에는 시진핑 주석 부부가 참석할 정도로 중국이 공을 들이고 있는 행사다.
일본 지지통신은 18일 “중국·러시아·중앙아시아 국가 등이 회원국인 아시아 신뢰회의는 중국과 러시아가 함께 만든 ‘미국이 없는 아시아 안보 협력기구’의 일부분”이라며 남중국해 영토 분쟁으로 미국의 견제를 받고 있는 중국과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국과 대립하고 있는 러시아가 공동으로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방중기간에 시진핑 주석과의 연내 두 번째 중·러 정상회담도 진행한다.
중·러 정상회담의 하이라이트는 양국이 10년 넘게 끌어온 천연가스 공급 협상이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 업체 가스프롬이 앞으로 30년간 총 380억㎥의 천연가스를 중국에 공급하는 것이 골자로 안드레이 이바노비치 데니소프 주중 러시아대사는 중국 인민망에 "협상이 98% 진척됐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의 알렉세이 밀러 회장이 방중한다.
협상이 매듭지어지면 중국은 2018년부터 30년간 러시아로부터 매년 380억㎥의 가스를 공급받는다. 일각에선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국으로부터 고립된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 협상에서 일정 부분 중국에 양보를 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에너지, 투자, 국방 등 영역에서 '전략적 협력관계'를 위한 30여개 협력 문서도 체결된다. 이를 위해 푸틴 방중을 앞둔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중국과 러시아는 3차례에 걸쳐 고위급 회담을 가졌다.
이밖에 푸틴 대통령 방중기간 크림반도를 합병한 러시아가 중국으로부터의 투자 지원을 이끌어낼 것으로도 관측됐다. 이를 위해 방중단에는 서방국의 제재자 명단에 포함된 올렉 사벨리예프 크림반도 경제특별구역 지정 전담 장관이 포함됐다.
앞서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러시아 현지언론을 인용해 러시아가 크림반도와 러시아 사이의 케르치해협을 잇는 교량 및 터널 건설을 중국 기업에 맡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참여기업은 중국 국영철도 기업인 차이나레일웨이그룹과 홍콩에 본사를 둔 민간 투자회사 중국국제기금(CIF)으로 교량과 터널을 건설할 경우 공사규모는 각각 12억달러와 3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미국의 소리(VOA) 중문망은 푸틴 대통령이 방중 때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을 만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 유학파 출신인 장 전 주석은 재임기간 러시아 지역을 수차례 방문하고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선포한 바 있다. VOA는 중·러 관계 발전에 공로가 크다는 점에서 푸틴의 장 전 주석 예방은 양국간 밀월관계를 과시하려는 의도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