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19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무원 행정고시 개편 방안을 내놨다. 세월호 사고가 오랫동안 쌓여온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끼리끼리 문화와 민관유착이라는 비정상의 관행이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된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공직사회 개혁을 위해 대한민국 공직사회 ‘젖줄’ 역할을 해 온 고시제도를 궁극적으로는 폐지 수순을 밟겠다는 의지도 숨기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민관유착은 비단 해운분야 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수십년간 쌓이고 지속돼 온 고질적인 병폐”라며 “민간 전문가들이 공직에 보다 많이 진입할 수 있도록 채용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무늬만 공모 제도라는 비판을 받아온 개방형 충원제도도 손질된다. 현재 과장급 이상 지위에 민간 전문가가 들어올 수 있는 개방형 충원제도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박 대통령은 이 제도가 부처별로 선발위원회를 두고 공모 제도를 시행하고 있어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중앙에 별도 ‘중앙선발시험위원회’를 설치해서 공정하게 민간전문가를 선발해서 부처로 보낼 계획이다. 이와 함께 공직사회의 문제점으로 계속 지적받아 온 순환보직제를 개선해서 업무 연속성과 전문성을 유지한다.
박 대통령은 “전문성을 가지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공무원들은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와 함께 보다 나은 여건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행정고시 제도가 선진국 시스템에 맞지 않다는 시각이 존재했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체계적인 국가체계 정립 과정에서 유능한 인재를 뽑기 위해 필기시험이 위주의 선발이 필요하지만 이미 틀이 갖춰진 선진국에서는 사람보다 일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견해다.
이에 따라 선진국에서 안착된 ‘직위분류제’로 공무원 채용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제안이 설득력을 얻었다. 이번 고시제도 축소도 이같은 전문가들의 평가가 상당수 반영됐다는 반응이다.
직위분류제는 각 직위에 부여된 일(직무)의 종류와 난이도·책임도에 따라 공직을 분류하는 방식이다. 공무원 채용과 배치, 평가, 보상, 재교육 등이 철저히 직무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전문성도 탁월하다.
정부는 박 대통령이 담화문에서 밝힌 고시제도 개편에 따라 통상과 재난안전 등 전문분야에 우선 적용, 향후 전 직군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 담화문에서 고시제도 축소가 언급된 만큼 민간경력자 채용에 대한 작업이 우선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당장 모든 직군에 적용되지는 않겠지만 전문성이 필요한 직군은 하반기부터 시행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역대 정부에서도 고시제도 개혁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이번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개혁에 잰걸음을 보일 것”이라며 “한국형 직위분류제 도입을 빠른 시일 내에 검토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