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 현장에서] 새정치 광양시장 공천패배…형 대신 동생 출마

2014-05-1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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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장봉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남 광양시장 선거 공천을 두고 불공정 경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천에서 근소한 차이로 탈락한 이정문 후보의 동생인 이성문(58) 전 광양농협 지부장이 지난 16일 무소속 광양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이정문 전 후보는 이날 중대발표를 한다며 기자회견을 자처했다. 이 전 후보는 "공천심사위의 결정에 재심을 청구했으나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새정치민주연합 탈당과 함께 이번 지방선거에 무소속 후보로 출마하게 된 동생을 돕고자 한다"고 밝혔다.

기자들과 캠프 관계자들조차 반(反) 새정치연합 전선을 만들겠다는 발표를 할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의외의 발표를 한 것이다.

이날 형에 이어 기자회견장에 오른 이성문 후보는 "여론을 조작한 후보가 광양시장이 되면 안 된다. 우리는 정의와 지역을 사랑하는 순수한 사람들이다"며 "4년 전처럼 새정치민주연합이 시민들을 우롱하고 기만한 책임을 묻기 위해 오늘 아침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선과정을 지켜보면서 더 교묘해지고 술수가 난무하는 등 정치상황이 더욱 악화됐다"면서 "정치적 소신으로 출마하는 건 아니다. 광양시민들이 이렇게 우롱당할 수 없기 때문에 출마했다. 한풀이로 판단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새정치민주연합 경선은 상식선에서 이해하기 힘든 과정의 연속이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한다.

공천탈락으로 날개를 접어야 하는 이정문 전 후보의 억울한 심정도 헤아려진다. 형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출마한다는 심정도 십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왜 하필 동생이냐','자신의 지지층을 세습하려는 거냐'는 등의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실 그동안 다른 지역에서도 억울함을 호소하며 부인 또는 친인척이 대리 출마하는 일은 많지는 않았어도 선거 때마다 꾸준히 있어왔다.

이 후보의 출마는 누가 봐도 '또 다른 이정문'을 앞세워 새정치민주연합을 응징하겠다는 모양새다. 동정심에 기대려는 속내도 엿보인다.

그러나 이들 형제가 그토록 '타도'를 외치며 새정치민주연합을 심판하고, 응징하고 싶다는 호소에 과연 유권자들이 공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 6.4 광양시장 선거는 '거함'이나 다름없는 새정치민주연합 김재무 후보를 이성문, 정인화, 정현복 등 무소속 후보와 유현주 통합진보당 후보가 에워싼 형국이다.

후보단일화 등 힘을 하나로 모아도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와 '의미 있는 일전'이 쉽지 않은 마당에 그의 말대로 정말 지역정치와 시민을 위한다면 굳이 이런 판단을 내렸을 까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이번 결정에 가장 쾌재를 부르며 반길 세력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자신의 출마가 정의고, 새정치민주연합을 심판하겠다는 논리는 너무 과장되고 자의적이지 않는냐"는 반응들이다.

진정 새정치민주연합을 심판하겠다면 그에 걸맞은 역할과 방법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었다. 그게 진정한 응징이다.

또 이번 출마와 관련해 따져볼 건 '준비된 후보인지와 진정성'이다. 

그는 "감정적으로 출마한 것이 아니라 다른 후보자들보다 올바르고 정직하게 살아왔고, 썩은 정치에서 의롭게 정의와 열정으로 지켜온 형님 이정문과 20여년을 함께 해왔다"며 "이번 선거의 각종 공약 등 모든 일을 총괄한 만큼 형의 공약을 그대로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형이 공천에서 탈락되자 즉흥적으로 준비 없이 출마를 했다는 것으로 비쳐진다.

반면 다른 후보들의 경우 수년간 광양시장 선거를 준비해 왔다. 광양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해왔다는 것이다.

6.4지방선거가 앞으로 보름 정도 남은 상황에서, 그 기간 동안 얼마나 자신의 것을 보여주고 이를 바탕으로 지지율을 끌어 올릴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문제는 '이정문 동생'이라는 꼬리표가 먼저 붙을 수밖에 없는 정치 신인에게 유권자들이 기꺼이 표를 내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때문에 이 후보는 지금이라도 내가 왜 시장이 되려고 하는지, 대변하려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누구에 대한 증오나 이정문 개인의 한풀이 무대가 아니길 바래본다.

경선 사태에 대한 책임을 상대후보에게 지울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스스로 걷어 찬 실리도 명분도 없는 최악의 선택을 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지만 어쨌든 주사위는 던져졌다. 판단은 유권자의 몫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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