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에만 존재하는 고시제도…탁상행정 악순환 고리 지목

2014-05-15 16:23
  • 글자크기 설정

현장감 결여된 ‘똑똑한 인재’…합격 후 철밥통으로 전락

적성과 능력에 따른 배치로 인사시스템 개선돼야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행정고시제도 병폐가 공무원 사회 탁상행정을 유발시키는 한 축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시제가 현장보다 이론을 중시하고 있는 만큼 이를 통해 배출된 공무원들이 현장감이 떨어져 이번 세월호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 사고 대처가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를 감안해 행시 폐지 등과 같은 근본적인 공무원 채용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행시 제도는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3개 국가에서만 치열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치른 공무원시험이 7192대 1을 기록할 정도로 폭발적이다. 중국 역시 젊은층에서 공무원이 신분 보장과 출세의 바로미터라는 인식이 크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9급 공무원 공채 역시 중국과 다르지 않다. 전체 평균 경쟁률은 74.8대 1이지만 중앙정부에 편입되는 일반행정직은 665.2대 1을 기록했다.

반면 일본은 최근 공무원 시험이 안정화 추세다. 평균 15대 1 수준이다. 일반 기업과 비교하면 적정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일본 공무원 채용 정책이 ‘책임과 현장’을 강조하는 근무환경 변화로 경쟁률이 낮아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과 중국은 여전히 공무원 선호가 뚜렷하다. 그러나 고시에 합격하게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른바 ‘계급제’로 통하는 공무원 선발 시스템으로 인해 현장 감각이 없는 탁상행정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행시 제도가 선진국 시스템에 맞지 않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체계적인 국가체계 정립 과정에서 유능한 인재를 뽑기 위해 필기시험이 필요하지만 이미 틀이 갖춰진 선진국에서는 사람보다 일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견해다.

이에 따라 선진국에서 안착된 ‘직위분류제’로 공무원 채용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직위분류제는 각 직위에 부여된 일(직무)의 종류와 난이도·책임도에 따라 공직을 분류하는 방식이다. 공무원 채용과 배치, 평가, 보상, 재교육 등이 철저히 직무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전문성도 탁월하다.

이미 미국과 영국, 캐나다, 호주 등이 이 제도를 통해 공무원 개혁에 성공했다. 프랑스 등 유럽도 금융·학계·언론계 등 민간 출신이 공무원직을 자유롭게 맡을 수 있는 시스템을 채택 중이다. 더 넓은 인력풀과 다양한 사고방식, 아이디어로 국가 어젠다를 실현하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 경제전문가는 “관피아·철밥통과 같은 표현은 근본적으로 노동시장 유연성이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며 “공직사회도 각 분야 전문가들을 능력과 경력에 맞게 키우는 개방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청와대와 정부도 기존 계급제의 폐단이 이번 세월호에서 여실히 드러났다는 판단이다. 이 때문에 능력에 따른 승진이 결정되는 직위분류제를 부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우선 적용되는 분야는 통상과 재난안전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통상과 재난안전에 대해 직위분류제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며 “이번 박근혜 대통령 담화문에도 이같은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공개채용을 통해 특정 분야 전문가를 육성하고 능력과 실적에 따라 보수와 승진이 결정되는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며 “계급제 채용방식에 부작용이 나타나는 만큼 선진국형 직위분류 방식을 적용하는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